직업 십계명

지금 전 세계는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장기간의 불황으로 실업률이 기록을 갱신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1-2년씩 휴학을 하고 스펙을 쌓는 일이 보편화된 듯합니다. 스펙이란 영어로 Specification의 약자입니다. 언어연수를 하고, 여러 분야의 경험을 쌓아서 취직할 때에 이력서에 넣을만한 경력을 쌓는다는 것입니다.

자라면서 직업을 선택하는 원리와 기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배운 기억이 없습니다. 그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로 좋은 대학 나와서 좋은 직장을 잡아 경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한 듯합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은데 그 때는 그런 생각을 못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에 대학 진학은 꿈도 못 꿀 상황에서 무슨 일을 하면서 하루 세끼 밥을 해결하며 살 수 있을까를 심각하게 고민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집안 식구들 중에 장사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에 영향을 받았는지 저도 장사할 생각은 한 번도 못 해보았고, 공무원이나 할까 생각했었습니다. 자동차 정비공장의 수련생을 구하는 포스터가 전봇대에 여기저기 붙어 있어서 정비공장을 기웃거리던 것도 생각이 납니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모두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고학을 하였기 때문에 조숙했던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우리 친구들은 주로 시장의 가게, 새마을금고, 은행과 회사, 대학교 교수연구실 등에서 사환으로 일했습니다. 농방(가구점)에서 자개농을 만들던 친구도 생각납니다. 하지만 큰 형님은 제가 법대에 진학하면 등록금을 대주겠다고 하셨고, 초등학교 5-6학년 담임선생님은 제게 정치인(국회의원)이 되라고 하셨습니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 속에서 갈등하였지요.

오늘은 한국의 두 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직업 10계명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두 학교 모두 기독교 사립학교입니다. 하나는 충남 홍성에 있는 풀무농업고등학교이고, 다른 하나는 경남 거창에 있는 거창고등학교입니다.

풀무 직업 10계명

1. 직업 결정전에 나의 천성과 장점, 능력을 잘 파악하자!

2. 이 직업은 낮은 생활, 높은 정신을 실현하는, 더불어 사는 평민의 목표에 맞는 직업인가 생각해 보자!

3. 준비는 길수록 좋다. 예수님은 3년 공적 생애를 위해 30년 준비하셨다.

4. 학교는 직업 선택과 준비 기간으로 알되, 직업을 통해 일생 배우고 향상할 수 있어야 한다.

5. 수입이나 명예보다 이웃사랑의 실천도를 기준으로 하라!

6. 내게 맞는 직업보다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직업이 무엇인가 찾아보라!

7. 편한 곳보다 되도록 힘든 곳을 택하라! 그만한 가치가 분명히 있다.

8. 인생을 어떻게 살까 큰 틀을 생각하고 직업문제를 채우도록 하라!

9. 남이 닦아 놓은 길보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라!

10. 직업에 귀천이 없다. 어떤 직업이고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낼 수 있다.

예수님의 정신을 반영한 현실적인 지침입니다. 하지만 세상의 가르침과는 많이 다릅니다. 신분상승을 조장하지 않고, 평범한 삶을 살면서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소박한 그러나 위대한 삶을 추구하도록 안내합니다. 예수님 신앙이 늘 그렇듯이 개척을 강조합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최고의 목표로 가르치는 바른 지침이기도 합니다.

거창 직업 10계명

1.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2.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3.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4. 모든 조건이 갖추어진 곳은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5. 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은 절대 가지 마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

6. 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7. 사회적 존경 같은 것을 바라볼 수 없는 곳으로 가라!

8. 한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9. 부모나 아내나 약혼자가 결사반대를 하는 곳이면 틀림없다! 의심치 말고 가라!

10.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는 곳으로 가라!

감수성 예민한 고등학생들에게 직업을 어떤 기준으로 선택할 것인가를 가르치는 내용인데 상당히 비현실적으로 느껴지지요? 이 학교의 교육이념과 정신을 엿볼 수 있는 가르침이기도 합니다. 세상을 아래로부터 개혁하는 삶의 자세를 가르친다고 보입니다. 하나님의 사람은 낮은 데에 처하고, 어려운 일을 도맡아 하고, 남이 기피하는 일을 자진해서 감당하므로 세상을 섬기는 도를 말합니다. 소위 3D (Dangerous, Dirty, Difficult, 위험하고, 더럽고, 위험한) 업종도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이니까 솔선해서 하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아들이 낮고 천한 말구유에 연약한 아기로 태어난 것을 실천하라는 것입니다. 깊은 생각을 하게 하네요!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