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아버지의 노래

황의정 목사 0 10,503 2018.05.03 09:41

      어려서부터 노래를 좋아했습니다초등학교 1학년 때에는 반대표로 교내 콩쿠르에도 나갔었습니다비록 그 때의 실수와 마음의 상처로 인해 사람들 앞에 나서서 노래하는 것은 더 못했지만 항상 마음에 흐르는 멜로디는 끊일 날이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가끔 노래를 부르셨습니다처음에는 어머님이 노래하신다는 의식도 없었습니다그런데 초등학교 때 어느 날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넓은 밭에서 어머님은 저쪽에서 나는 이쪽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 너무도 처량하고 구슬픈 노랫가락이 바람결에 들리다 말다했습니다손을 놓고 누구의 노래일까 살피다가 마음에 큰 충격을 느꼈습니다그 슬픈 노래그 애절한 노래는 어머니의 노래였습니다그 때 처음으로 어머니의 삶이 고달프시다는 것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한 번 귀가 열린 뒤로는 어머니의 노래가 자주 들렸습니다부엌에서도빨래할 때도마루 끝에 걸터앉아 바느질하실 때에도 어머님은 흥얼흥얼 노래하셨습니다보통은 애절하여 내 마음도 숙연해지곤 했지만 항상 그런 노래만을 부르시는 것은 아니었습니다가끔은 기쁨과 즐거움을 담아내는 곡조도 있었습니다한 가지 신기한 것은 어머니의 노래에는 가사를 알 수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누나는 노래를 참 잘 하셨습니다시골 처녀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배워 한 자리에서 100곡을 부를 정도였으니까요큰 형님은 약간 음치였습니다어느 날 착한 아내가 아이들을 하나 둘 낳더니만 호랑이로 변해버렸다는 노래를 고래고래 부르셨는데 어린 제 귀에도 음정은 엉터리였습니다그래서 우리 형제들이 어머니를 닮아서 노래를 잘하는 사람도 있고아버지를 닮아서 노래를 못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버지는 노래를 부르지 않으셨습니다예수님을 믿기 전에 술에 취하셨을 때에도 노랫소리를 들어보지 못했습니다시골 장날 거나하게 취하셔서 한 손에 돼지고기 두 근그리고 다른 손에는 풀빵 한 보따리를 들고 기분 좋게 들어오실 때에도 사립문 앞에서 서서 큰 소리로 우리를 부르셨죠괴기는 애미 주고풀빵은 똑같이 나눠먹어라하시고는 들어가서 주무셨습니다작은 형이 말하기를 자기는 아버지의 노래를 들었다고 했습니다그런데 음치라고 했습니다자기 생각에는 아버지가 음치기 때문에 노래를 잘 안 부르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내가 어린 나이에 전도사로 교회를 개척할 때에 자발적으로 교회에 나가셨습니다전도사 아들 앞 길 막을까봐 그러셨다고 하셨습니다군에 가면서 사용하던 휴대용 카세트를 아버님께 드렸습니다듣던 복음 성가와 찬송가 테이프도 함께 드렸습니다사실 아버님을 드렸다기보다는 그냥 집에 놓고 간 것입니다가끔 집에 들러 보면 성경 옆에 카세트를 놓고 애지중지하셨습니다아버지카세트를 사용하세요? 계면쩍게 웃으시면서 찬송가를 들으신다고 하셨습니다.

 

       어느 날 외출에서 돌아오다가 현관 앞에 붙박이가 되었습니다아버님께서 카세트를 틀어놓고 노래를 따라 부르고 계셨습니다그 때까지 제가 한 번도 불러본 적이 없는 찬송가였습니다이화여대 총장을 지내신 김활란 박사가 시를 쓰고이동훈씨가 작곡한 찬송가 345장입니다순 토종 한국 찬송가인데 곡이 한국 고유의 창 조입니다가사가 가끔씩 생각납니다아버지와 함께 생각이 납니다.

 

캄캄한 밤 사나운 바람 불 때 만경창파 망망한 바다에

외로운 배 한 척이 떠나가니 아위태하구나 위태하구나

 

비바람이 무섭게 몰아치고그 성난 물 큰 파도 일 때에

저 뱃사공 어쩔 줄 몰라 하니 아 가련하구나 가련하구나

 

절망 중에 그 사공 떨면서도 한 줄기의 밝은 빛 보고서

배 안에도 하나님 계심 믿고 오 기도 올린다 기도 올린다

 

아버지여 이 죄인 굽어 보사 성난 풍랑 잔잔케 하시고

이 불쌍한 인생을 살리소서 오 우리 하나님 우리 하나님

 

모진 마람 또 험한 큰 물결이 제 아무리 성내어 덮쳐도

권능의 손 그 노를 저으시니 오 잔잔한 바다 잔잔한 바다

 

      아버지의 노래아버지가 부르신 노래아버지의 삶을 그린 노래아버지가 고백한 신앙의 노래입니다아버지의 노래는 내게 주신 선물이 되었습니다아버지가 생각나 눈물이 나네요위태하고 외로웠던 아버지의 삶이 되살아나 가슴이 뭉클합니다사랑하는 성도 여러분노래하세요우리 힘차게 노래합시다내 노래를 부릅시다!

                                                                              

강한 둘로스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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