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논쟁을 하면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습니다. 논쟁의 주제 자체에 대한 생각을 깊이 하게 됩니다. 논쟁 상대의 의견을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러면서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며,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내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대화와 토론 방법을 배웁니다.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어려서 형들의 열띤 논쟁을 들으면서 곰곰 생각했던 주제입니다. 닭이 먼저일 수도 있고 계란이 먼저일수도 있습니다. 닭은 계란에서 나오는 것이니까 계란이 먼저일 것으로 믿을 수도 있습니다. 계란이 없이 어떻게 닭이 생길 수가 있습니까? 하지만 계란이 닭에서 나오니까 닭이 먼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닭이 먼저라고 믿습니다. 왜냐하면 계란만 있으면 절대로 병아리가 되지 못합니다. 엄마 닭이 21일 동안 품어주지 않으면 계란이 부화하지 못하니까요. 또 하나님께서 천지 만물을 창조하실 때에는 계란 형태가 아니라 완전한 피조물로 지으셨을 테니까 당연히 모든 알을 낳는 것들도 그렇게 창조하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는 어렸을 때에 논쟁하기에 좋은 주제입니다.

       신앙이 먼저냐 이성이 먼저냐? 이것은 신학교에서 처음 조직신학(組織神學, Systematic Theology)을 배울 때에 다루는 주제입니다. 신앙하기 위해서 이해를 먼저 해야 하는가? 아니면 신앙할 때 이해를 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닭이 먼저인지 계란이 먼저인지를 확정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입니다. 신앙이 먼저라는 입장의 주장이 있습니다. 신앙은 이성을 초월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먼저 신앙해야 합니다. 신앙은 영적인 세계의 일이기 때문에 현세의 영역이 이성을 가지고 이해하려고 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그래서 무조건 믿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습니다. 그러나 이성이 먼저라는 입장의 주장이 훨씬 강합니다. 만물의 영장이 인간이, 인격을 가진 인간이 인간 이성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이해를 무시하고 신앙할 수 있는가? 인간이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신앙한다는 것은 비인격적인 일이며, 비과학적이며, 논리적인 비약이며, 심지어 미신이 된다는 주장입니다. 계몽주의 시대를 지나면서 이성으로 모든 세계를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다고 믿게 된 현대인들은 이성주의의 입장에 편승하면서 신앙을 포기했습니다. 근대와 현대 사상의 풍조에서 성경의 초자연적인 내용들은 가차 없이 비판을 받고, 난도질을 당하고, 주저 없이 버려졌습니다. 하나님이 인간이 되셨다? 동정녀가 남자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잉태하여 아들을 낳았다? 죽은 자를 살리고, 귀신을 쫓고, 물 위를 걷고, 병든 자들을 고치고, 물고기 2마리와 보리떡 5개로 5,000명이 먹고도 열 두 광주리가 남았다? . . . 드디어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더더욱 믿을 수는 없지요. 이 모든 것이 이성적으로 해석되어버렸거나 아예 관심 밖으로 밀려나버렸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이렇게 성경을 보니 결국 앞표지와 뒤표지만 남더랍니다.

        하지만 실상은 우리의 삶에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믿을 수 없다는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솔직히 우리가 이해하기 때문에 믿는 것보다 이해하지도 못하고,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고 믿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손쉽게 사용하는 텔레비전이나 핸드폰만 해도 그렇습니다. 그 이치를 다 이해하기 때문에 사다 쓰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자동차와 비행기, 컴퓨터와 계산기 등등 무수한 문명의 이기를 믿고 씁니다. 왜 밥을 굶으면 배고 고프고 힘이 없는지, 왜 금식하다가 주스 한 잔만 마셔도 힘이 솟는지 그 이치를 다 알고 사나요? 믿고 사다가 쓰면서 조금씩 이치를 이해하기도 하고, 그냥 편리함만을 즐기기도 합니다.

       더욱 신기한 것은 사람입니다. 우리는 남모르는 사람들이 만나서 결혼하여 한 집에 삽니다. 그 사람을 다 이해하고 믿었나요? 믿고 사랑하고 함께 살면서 힘들지만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나요? 일생을 좌우하는 결혼 상대도 이해하기 보다는 믿음으로 선택하고, 믿음으로 살면서 제한적인 이해를 얻으며 살아가는 게 인생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도저히 다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믿고 살도록 정해주신 것입니다. 믿고 살면서 조금 이해하면 그것이 과학적인 신기원을 이루는 기술이 됩니다. 하지만 이해가 깊어질수록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이 하나님의 뜻을 행하려 하면 이 교훈이 하나님께로부터 왔는지 내가 스스로 말함인지 알리라 (요7:17). 믿고 순종하여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을 때에 드디어 알게 된다는 말씀입니다. 믿음이 먼저 있어야 이해가 된다는 말씀입니다. 우리 앞에는 먼저 믿음으로 하나님께 나아간 구름같이 허다한 증인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비록 이해가 안 되어도 안심하고 믿고 따라가는 것입니다. 주 예수님을 믿으면 영생을 얻습니다! 오직 믿음으로 됩니다! 이성의 장벽을 넘어 신앙의 세계로 담대히 나아갑시다! 오직 믿음으로!!

건강한 둘로스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