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고난을 복으로 바꾸는 은혜

황의정 목사 0 13,617 2018.05.03 09:38

백두산에 올라갔었습니다. 갈 때마다 구름이 걷히고 천지가 신비한 자태를 드러내어 반겨주었습니다. 자동차로 천지 바로 밑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백두산의 장엄함이나 웅장함이나 골짜기가 깊은 것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주도 한라산에 올라갔을 때는 달랐습니다. 자동차도 케이블카도 없어 돌계단을 걸어 올라갔습니다. 몇 시간을 걸어갔어도 정상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가파르고 험한 산이었습니다. 숲이 우거져서 하늘을 보지 못하고 걷기를 계속했습니다. 뒤돌아 내려올 때는 몇 시간 전에 걸어갔던 길이 아닌 듯 생소한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자동차로 하는 등산과 도보로 하는 등산이 각각 묘미가 있지만 더 높고 험한 산을 오르고도 감격이 적은 것은 고생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1950년 6월 25일 일요일 새벽에 발발한 동족상잔의 비극이 어언 61주년을 맞이합니다. 전쟁이란 것이 늘 그렇듯이 왜 그렇게 잔인하게 동족을 무참하게 죽였는지 모릅니다. 무엇을 얻었습니까?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하는 사람도 애국애족이 우선이었을 테고 민주주의 자본주의를 택한 사람도 애국애족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덧 본질은 잊어버리고 이념에 사로잡혀 동족을 죽이는 어리석고 끔찍한 전쟁을 일으킨 것입니다. 

1953년 7월 27일에 휴전할 때까지 남한과 유엔군의 피해는 막대했습니다. 국군 621,040명 전사, 99만여 명 학살당하고, UN군은 628,800명이 전사하고, 470,200여명이 실종되었습니다. 그 중에서 미군 54,240명이 전사하고, 8,170명이 실종되고, 7,140명이 포로가 되었습니다. 전쟁미망인 30만 명, 전쟁고아 10만 명, 전쟁 불구자 330만 명이나 되었습니다. 납북당한 목회자가 241명(장로교 150명, 감리교 73명, 성결교회 11명, 구세군 7명)입니다. 하지만 북한군과 소련군과 중공군의 피해는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군인들 1,445,000여명이 전사하고, 민간이 약 1,500,000명이 학살된 것으로 추측합니다. 전쟁을 일으킨 북한이나 침공을 당했던 남한이나 무엇을 위해서 이처럼 엄청난 대가를 지불했습니까?

더욱 안타까운 것은 전쟁이후에 동족간의 증오심이 하늘을 찌르게 되었습니다. 어릴 때는 매년 6월이면 상기하자 6.25!를 외치며 전국 학교에서 반공 웅변대회를 하고 공산군의 만행을 홍보하여 전쟁의 참상을 잊지 않도록 했었습니다. 어느 분이 북한에 다녀와서 거기도 사람이 살고 있었네!라는 글을 썼습니다. 그 제목을 보면서 알았습니다. 나와 우리들은 북한에는 인면수심의 짐승이 사는 나라라고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우리 신장로님은 존함이 육암이십니다. 위로 일암, 이암, . . .하여 다섯 분의 형님이 계셨습니다. 전쟁 중에 어린 소년의 목전에서 공산군에 의하여 다섯 형들이 학살을 당하셨습니다. 지금도 공산당 이야기를 하면 그 무서움과 고통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으시답니다. 어찌 안 그럴 수가 있겠습니까? 

개인적으로 겪은 고난과 민족적으로, 또 국가적으로 겪은 고난을 고통으로만 간직한다면 불행입니다. 북한에 들어선 김일성 공산당 정권은 교회를 박해하였습니다. 한 때 동양의 예루살렘으로 불릴 정도 기독교가 번성했던 평양과 신의주 등지의 모든 교회가 폐쇄되고, 목회자들과 성도들이 투옥되었습니다. 그래서 목회자들과 성도들이 필사적으로 월남하였습니다. 세계에서 제일 크다는 서울 영락장로교회는 북한에서 피난오신 분들이 모여서 세운 교회입니다. 신앙이 깊을수록 반공정신이 투철했습니다. 공산주의와 기독교는 공존할 수 없는 사상이요 집단이 된 것입니다. 그러면 이렇게 증오하고 반목하는 것이 최선일까요? 

서울 소망교회 원로목사이신 곽선희 목사님은 누구보다도 북한 선교에 열심이십니다. 북한을 수십 차례 방문하고, 평양과학기술대학을 세워 북한의 현대화에 이바지하면서 우회적인 북한 선교를 하십니다. 곽목사님께서 북한에 가실 때마다 의례적인 행사가 있답니다. 곽목사님, 목사님은 아버님께서 공산당의 총에 맞아 죽는 것을 보았으면서도 어떻게 북조선을 사랑하여 도와주실 수가 있습니까? 목사님은 언제나 동일하게 대답하신답니다. 첫째는 하나님께서 사랑하시기 때문이고, 둘째는 동족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곽목사님이라고 공산당이나 북한 정부를 좋아하시겠습니까?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잊었겠습니까? 오히려 하나님의 사랑과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극복하신 것입니다. 이 길 밖에 다른 길은 없을 것 같습니다. 고난을, 비극을, 고통을 복으로 바꾸는 길은 사랑 밖에 없습니다. 6.25 61주년을 맞이하면서 하루빨리 우리 모두가 이 사랑의 기적을 누리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됩니다. 하나님은 사랑이십니다. 이 사랑으로 승리하는 복 받은 나라, 복 받은 민족이 되기를 늘 기도합니다. 북한의 2천만동포도 사랑받아야 할 우리 민족입니다.

건강한 둘로스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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