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일본인

황의정 목사 0 14,041 2018.05.03 09:32

람이 다 같은 것 같아도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이란 다 그렇고 그런 것이라고 인간의 유사성을 말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백인백색(百人百色)입니다. 이번에 큰 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연이은 원자력발전소의 폭발과 화산 폭발 등으로 역사 이래 최악의 재앙을 만난 일본을 보면서 사람이 참 다르다는 생각을 안 할 수 없습니다. 현장을 취재하던 한국 기자는 차라리 소리라도 질러라!고 글을 썼답니다. 재앙 앞에서 조금도 질서를 무너뜨리는 개인행동을 하지 않고, 가족을 몽땅 잃은 사람도 속으로 울고, 생존한 가족을 만나서도 다른 사람들의 슬픔을 생각하여 조용히 기뻐하는 모습에 놀랐습니다. 식수가 부족하고, 식량이 부족하여도 모두 줄을 서서 기다립니다. 애완견 출입을 허용하지 않는 수용소 밖에서 강아지를 앉고 자는 사람도 있었답니다. 일본인의 저력이라고 온 세계가 경탄하였습니다. 공항에서 자주 보는 일본인 관광객들로 인하여 가끔씩 생각했던 것입니다. 젊은이나 노인들이나 한결 같이 여행사 직원의 안내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았지만 이렇게 큰 재앙 앞에서도 그 모습을 보여줄 것을 기대한 사람은 아마 없었을 것입니다. 어려서부터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는 교육의 힘을 보았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런 일본인들을 보면서 하나님도 놀라셨을 것이라는 엉뚱한 글을 썼습니다. 일본인의 절제와 배려에 크게 고무된 것입니다. 사실 일본인의 장점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정직하고, 검소하고, 근면하지요. 일본인의 정직성을 알려주는 많은 일화가 있습니다.

이런 국민정신을 갖게 된 배경에는 후꾸자와 유기치(福澤喩吉 1835-1901)라는 지도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일본을 근대화로 이끈 계몽 사상가이며 교육자로서 게이오대학을 세웠습니다. 그의 공로를 인정하여 1만 엔 권에 초상화가 실려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세종대왕 정도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라고 보면 좋을 것입니다. 그의 7가지 심훈(心訓)이 있습니다.

1. 이 세상에서 가장 즐겁고 멋진 것은 일생을 바쳐 할 일이 있다는 것이다.

2. 이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것은 인간으로서 교양이 없다는 것이다.

3. 이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것을 할 일이 없이 사는 것이다.

4. 이 세상에서 가장 추한 것은 타인의 생활을 부러워하는 것이다.

5. 이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것은 남을 위해 봉사하고, 그 보답을 바라지 않는 것이다.

6.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모든 사물에 애정을 느끼는 것이다.

7.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것은 사람으로서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일본인의 정신은 바로 이런 교훈을 꾸준히 가르친 결과라고 보겠습니다. 특히 일본인의 정직에 관한 것을 보여주는 통계가 있습니다. 2003년도 통계를 한국과 비교해 보았습니다. 법원에서 증인이 허위로 진술하는 위증(僞證)은 우리 한국이 일본의 16배(인구비례 48배), 없는 일을 거짓으로 꾸며 남을 고발하거나 고소하는 무고(誣告)는 39배(인구비례 117배), 이익을 취하기 위하여 못된 꾀로 남을 속이는 사기(詐欺)는 26배(인구비례 78배)에 이릅니다. 우리 민족이 정직하지 못하다는 증거가 되겠지요. 일본에는 기독교인구가 1%미만인데 정직하고, 한국에는 20% 가깝다고 하는데 거짓이 많은 것을 통탄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일본인의 장점을 말하면서 한국을 폄하할 필요는 없습니다. 일본은 있고 한국은 없다, 한국 교회의 장래는 없구나! 식으로 말하는 것은 지나치다 못해 비굴합니다. 죄를 많이 지으나 적게 지으나 죄인은 죄인인데 일본의 약점은 죄에 대한 의식입니다. 세계 대전을 일으켜 주변국가에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주고도 아직까지 회개하지 않습니다. 정직한 일본인은 있을지 몰라도 정직한 일본은 없어 보입니다. 자기 나라에서 일어난 재앙에 대처할 때에 절제와 배려가 탁월하여 세계를 감탄시키지만 진정 일본이 다른 나라를 배려하는가? 다른 나라를 괴롭힐 때에 절제가 있었는가? 일제 강점기에 정신대에 끌려가서 성의 노리개로 짐승취급을 당하고도 모진 목숨 부지한 한 할머니는 일본의 재앙을 보면서 우선 도와야 한다며 원수의 나라를 동정하며 눈물을 흘리는 한국 할머니가 있습니다. 오히려 일본인들은 한국의 연예인들과 함께 전국적으로 성금을 보내는 것을 보면서 한국인의 정에 감동하고 있잖아요? 남의 장점을 보면서 나를 돌아보는 것은 성숙한 자세이지만 지나치게 비관하며 자신을 깎아내리는 것도 건강한 태도는 못되지요.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기준입니다. 인간적으로 성숙하고, 정직한 것으로 하나님의 인정과 칭찬을 받을 수 있을까요? 하나님의 구원은 죄를 인정하고 뉘우치는 사람, 자기 죄를 위해서 하나님의 아들이 대신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받아드리고 믿음을 고백하는 사람이 받는 선물입니다. 우리의 의로움으로도, 정직함으로도, 절제와 남에 대한 배려도 하나님의 거룩의 기준에는 턱없이 미달합니다 . 오죽했으면 독생자 예수님을 십자가에 처참하게 못 박게 내주는 방법으로 우리의 구원의 길을 마련했겠습니까? 후꾸자와 유기치라의 7가지 심훈은 받아들였지만 그가 믿던 예수 그리스도는 알지 못했던 것이 일본의 비극입니다.

 

사람은 약한 존재입니다. 재앙을 만나면, 절대자 하나님을 찾는 것입니다. 일본이 당한 재난이 죄에 대한 하나님의 징계냐 아니냐를 따질 것이 아니라 자연 앞에 이렇게 무기력한 인간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겸손히 하나님을 찾을 것인가? 인간의 힘으로 세운 문명의 바벨탑이 순간에 재앙으로 변하는 현실 앞에서 솔직하게 하나님을 향하여 돌이킬 것인가 이것이 문제입니다. 멀고도 가까운 이웃 일본의 재앙 앞에서 일본인을 위해 기도하는 제목입니다. 재앙이 재앙이 되는 것은 재앙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 돌아오지 못하는 것입니다.

                                                                                               

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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