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노인(老人)의 지혜와 위기

황의정 목사 0 11,920 2018.04.21 09:05

고려장 이야기는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엿보게 하는 옛날이야기입니다. 흉년이 들고 먹을 것이 없을 때에 노인들을 깊은 산골짜기에 버리도록 하는 나라의 법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풍습이 실제로 존재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우리 민족만이 아니고 세계 여러 민족들 속에 그런 풍습이 발견됩니다. 에스키모 인들은 노인이 스스로 얼음판 위에 앉아서 맹수의 밥이 됨으로 생을 마감하는 풍습이 전해옵니다. 역시 식량 부족을 해결하는 한 방편으로 자녀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는 것입니다. 

지난주에는 UCLA 한울림이란 한국학생 주최 한국 문화의 밤 행사로 [창수]라는 뮤지컬 공연이 있었습니다. 젊은 학생들이 공부하랴 아르바이트하랴 분주할 텐데도 열심히 준비하여 교포 사회와 외국인들에게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아들이 주인공 창수 역을 맡은 덕에 풀러 신학교 클린턴 박사님을 모시고 관람을 하였습니다. 

궁중 노복인 창수가 어머니를 깊은 산 속에 버리지만 자식의 도리로 어머님을 죽게 버릴 수가 없어서 국법을 어기면서 몰래 음식을 날라 봉양합니다. 어머니의 도움으로 중국 여진족의 사신이 낸 수수께끼를 풀어 나라를 위기에서 구합니다. 그리고 부상으로 얻은 소원을 말하려는 순간에 모친이 잡혀옵니다. 사랑에 빠진 궁중 여종(신분을 감추고 있는 공주)과 결혼을 청하려는 순간이었는데 할 수 없이 어머니를 구하면서 고려장 법을 폐기할 것을 청하는 감동적인 장면이 나옵니다. 

흔히 우리는 노인은 지혜의 보고이며, 그렇기 때문에 존경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그런데 이 말이 심각하게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아니 이 말을 믿는 사람이 정말 있는지 의심스런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새 것이 좋고, 오래된 것은 모두 안 좋거나 나쁜 것이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사오정, 오륙도 운운 하면서 40대와 50대 은퇴를 당연시하는 풍조가 만연합니다. 조기 은퇴와 함께 노인들이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미국은 그래도 사회보장제도 좋아서 좀 나은 편이지만 조국의 현실은 훨씬 암담합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옛날에는 변화가 매우 더뎠습니다.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이 아주 천천히 발달하였습니다. 오래 사신 분들이 당연히 축적된 지혜를 갖게 마련입니다. 또 책이 많지 않고, 또 있어도 읽을 줄 아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적은 상황에서 어른들에게 듣는 옛날이야기와 지혜는 참으로 중요한 배움의 수단이 되었습니다. 고려장에 관련된 노인의 지혜 이야기에는 이런 것도 있습니다. 아래위를 똑같이 깍은 막대기의 어디가 밑동인지를 알아내는 것과 커다란 코끼리의 무게를 알아오라는 것 등입니다. 숨어서 지내는 노인의 지혜로 막대기를 물에 던져 아래로 가라앉는 부분이 밑동임을 밝힙니다. 코끼리를 배에 실어서 물에 띄웁니다. 물이 닿은 곳에 선을 그어 표시한 다음에, 코끼리 대신 돌을 실어서 그 선까지 배가 잠기게 합니다. 그리고는 돌들을 하나하나 달아서 합산합니다. 탁월합니다만 오늘날에도 노인의 지혜라는 것이 이런 정도라면 노인의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젊은 세대가 그런 것을 지혜라고 생각지도 않을 테니까 말입니다. 기능적이고 기술적인 면에서는 도저히 젊은 세대를 따라가기도 불가능합니다. 

노인의 위기 극복 방안이 없을까를 생각합니다. 노인은 젊은 세대에게 확실히 지혜를 제공할 수 있어야합니다. 먼저 이기적인 젊은이들에 대하여 이타적이고 자기희생적인 삶의 철학에서 모델이 되어야 합니다. 기능적이고 기술적이고 능률적이며 과업지향적인 젊은이들에게 관계 중심의 삶에서 지혜를 나누어주어야 합니다. 또 단기적인 성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결과 지향적인 젊은이들에게 과정을 중시하는 정신적 모델이 되어야 합니다. 젊은이들은 자기 것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고집과 편협함이 될 수 있습니다. 노인들은 산전수전을 다 겪은 경험을 살려서 관대함으로 본이 되어야 합니다. 젊은이들은 현세지향적입니다. 그러나 하나님 나라에서 주님 뵈올 날을 생각하는 노인들이 하나님을 경외하는 신앙과 삶으로 모범이 되어야 합니다. 노인 스스로 부단한 노력을 경주하여 노인과 젊은이와 아이들이 어우러져 사는 멋진 세상을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노인들에게도 위기는 또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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