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교회 직분과 헌금

황의정 목사 0 19,227 2018.05.03 09:22

어머님께서 권사가 되실 때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동생이 몹시 기분이 상해서 말했습니다. 우리 집이 가난해서 어머니가 권사가 못 된다는 것입니다. 수년 동안 전도왕으로 100명도 넘게 전도하고, 혼자 철야기도 하던 것이 발전하여 교회의 공식적인 금요철야가 되었고, 또 아들이 둘이나 목사인데도 어머님을 권사로 안 세우는 것은 헌금을 많이 못해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목회자인 동생에게 말했지요. 하나님의 주권을 믿는가? 모든 일을 하나님께서 하신다는 믿음이 있어야 하지 않는가? 우리 생각과 하나님의 생각이 다를 것이고, 또 꼭 권사가 되는 것이 기도하고 전도하며 교회섬긴 일에 대한 마땅한 보상인가? 오히려 집사로 사시는 것이 하나님의 상을 더 많이 받는 이유가 되지 않겠느냐? 

후에 어머님을 찾아뵙고 넌지시 여쭈어보았습니다. 어머님은 권사님 되고 싶지 않으세요? 젊은 분들도 권사님이 많이 되시던데요. 평소에 지혜가 많으시고 또 솔직하신 어머님이 대답하셨습니다. 권사는 아무나 되냐? 나는 많이 부족하다. 그리고 교회에서 권사임직을 받으라고 했지만 내가 거절했다! 말끝에 권사는 헌금도 많이 해야 하는데 나는 그렇지 못하다고 하십니다. 십일조도 하시고, 때때로 감사헌금도 드리시는 것을 아는 터라 임직 때의 목돈 헌금이 부담되시어 거절하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들이 여섯이고, 다 신앙생활을 잘 하고 있는데 무슨 걱정이십니까? 십시일반으로 모아 드릴 테니 다음번에는 권사직분을 거절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렸지요. 제 기억으로 그 다음 해에 권사님이 되셨을 것입니다. 

가끔 교회들이 건축을 하고 나서 장로와 권사와 안수집사 등을 많이 세우는 것을 봅니다. 성도들이 힘을 다해서 헌금하여 건축을 했지만 항상 마무리하기 어려운 것이 건축입니다. 그래서 임직자들이 이미 힘에 넘치도록 헌금을 했지만 임직기념으로 또 한 번 희생적으로 드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기서 임직 때마다 큰 헌금을 하여 기념비적인 사업을 하는 경우도 생기게 되었나 봅니다. 끝내는 임직 때는 반드시 큰 헌금을 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었나 봅니다. 좋은 뜻으로 시작했던 것이 무거운 짐이 되기도 하지요.

저는 목회하면서 이 문제를 많이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입장을 정리했습니다. 교회에서 집사가 될 때에는 이미 중생의 체험이 확실하고, 주일성수와 십일조를 드리는 충성스런 분들을 세웁니다. 그 중에서도 안수집사, 권사, 장로를 세울 때에는 다른 성도들과 세상에 대하여 덕을 세울 수 있는 성숙한 인격과 생활이 검증되고, 주일헌금, 감사헌금, 십일조헌금, 건축헌금, 구제헌금, 선교헌금 등 희생적인 헌금생활과 봉사를 하는 분들을 골라서 세웁니다. 또 직분자를 세우는 이유가 개인의 명예를 높여주고, 소위 출세(?)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교회를 위해서 더 충성하고 봉사하라고 직분을 주는 것인데 임직 때에 목돈 헌금을 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권사가 되고, 안수집사와 장로가 되는 것은 분명이 개인적인 신앙과 생활의 승리가 됩니다. 하나님께, 그리고 성도들에게 인정을 받는 신앙인이 되었다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그 이유로 중직을 맡고자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주만 따라가는 것이 우리의 길이니까요. 은밀한 중에서 보시는 분을 신뢰하는 것이 믿음이니까요.

한국에서 80년대에 교회를 개척하여 처음으로 권사님을 세울 때의 일입니다. 주야로 기도하시는 집사님, 청상과부로 오직 말씀과 기도로 살아오신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수입 없이 아드님 댁에 함께 사시는 입장에서 권사임직 헌금이 부담되어 거절하시더군요. 그래서 말씀드렸습니다. 교회가 권사님을 세워 부려먹으려고 하는데 왜 헌금을 하지요? 절대로 그런 헌금은 못하십니다. 오히려 교회에서 한복을 한 벌 해드리려고 합니다! 임직 전에 며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우리 교회 여전도회회장이셨어요. 어머님이 권사가 되시는데 얼마나 헌금을 해야 하느냐고 물으셨습니다. 동일한 생각을 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못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시어머님이 권사 되시는 것이 감사하면 임직 후에 마음에 정한대로 감사헌금을 하시라고 했습니다. 

사실 경제적인 형편과 헌금생활이 직분을 세우는데 매우 중요한 고려사항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모든 면에서 탁월한 분이라도 이런저런 형편으로 십일조를 드리지 못하면 직분을 유보하게 됩니다. 교회가 어려울 때나 큰일을 할 때면 장로, 권사, 안수집사님부터 앞장서서 헌금을 하십니다. 또 그렇게 하실 것을 기대합니다. 소수의 목회자와 다수의 성도가 어우러져 만들어가는 작은 천국, 집사님, 권사님, 장로님의 땀과 눈물과 피어린 섬김으로 피워가는 아름다운 교회는 세상의 희망입니다. 헌금과 무관치 않으나 헌금에 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일꾼이 되었으면 합니다. 은혜에 응답하는 헌금이어야지 은혜를 구하는 수단이 되면 뇌물이나 복채가 되지 않겠어요? 축복합니다! 사랑합니다!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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