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직분이 문제인가요?

황의정 목사 0 11,158 2018.05.03 09:22

자리가 사람 만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리바리하고 무능해 보이는 사람도 과장, 전무, 사장의 감투를 쓰게 되면 유능해보이고, 실제로 유능해진다는 말이지요. 이 말을 믿고 좀 부족한 사람에게 집사와 장로의 직분을 맡기는 경우가 참 많았습니다. 다행히 직분을 받은 후에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노력하여 좋은 일꾼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문제입니다. 이런 경우는 교회 자체가 큰 시련을 겪게 되고, 목회자의 영적 권위와 리더십이 서지 않아서 힘든 경우도 생깁니다. 그래서 연말이 되어 직원을 세울 때가 되면 목회자들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극단적인 경우가 있습니다. 한 교회에서 창립회원으로 섬기던 분들 중에서 2분이 장로가 되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동료들이 장로 장립하는 날 예배 시간에 인분을 통에 담아다가 강단에 뿌리고, 두 부부 4명이 교대로 담임목사님께 전화해서 밤새도록 괴롭혔습니다. 제가 잘 아는 교회였습니다. 또 다른 경우는 이번에 한국에 가서 들은 이야기인데 장로로 세움 받지 못한 것에 앙심을 품고 목사님의 가정에 뱀을 몽땅 풀어놓은 사람이 있었답니다. 절대 다수의 성도들은 직분을 받지 못했다고 해서 이런 몰지각한 행동을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섭섭하고, 원망하고, 불평불만을 품고, 목회자를 대적하고, 급기야는 교회에 분란을 일으키고, 또 교회를 떠나는 경우가 왕왕 있는 것을 봅니다. 

직분을 받든지 못 받든지 상관없이 하나님의 눈을 의식하고 살아야 올바른 성도입니다. 하나님의 인정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에게 인정받는 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적인 문제이지 영적인 것은 아닙니다. 장로가 못 되었는데 창피해서 어떻게 교회에 나가나 하는 생각이 벌써 사람의 눈을 의식한 것이니까요. 최근에 돌아가신 옥한흠목사님은 서울 사랑의 교회를 개척하시고 제자훈련을 열심히 하셨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장로를 세울때 장로후보가 되신 집사님들이 한결같이 자신의 부족함을 들어 아직 장로될 때가 아니라고 극구 사양했습니다. 옥목사님이 볼 때에는 충분히 장로의 자격이 있고, 인격적으로나 영적으로나 모든 면에서 교회를 위해서 죽도록 충성하는 분들이었습니다. 이런 자세를 보면서 훈련의 결과라며 행복해 하셨습니다. 

집사님이나 권사님이나 장로님은 모두 교회의 지도자입니다. 그래서 수신제가후(修身齊家後)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 즉 자신을 수양하고, 가정을 잘 다스리고, 그 후에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태평하게 해야 합니다. 제 마음에 있는 직분을 받을 사람의 자격 몇 가지를 적어보겠습니다. 먼저, 성품이 예수님을 닮아서 온유하고, 섬기기를 잘하고, 화평케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가족들을 믿음과 사랑으로 화목하게 이끄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교회에서도 동일해야 합니다. 둘째, 교회 생활에서 본이 되어야 합니다. 주일 성수, 공예배 참석, 사역을 맡아서 충성스럽게 봉사하는 것, 덕을 끼치는 언행, 경제적으로도 십일조와 헌물을 온전하게 드려 기여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셋째, 하나님과의 친밀함으로 비밀을 간직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깊은 기도의 사람이어야 하고, 말씀을 가까이 하여 생각과 사상과 언어와 행실이 말씀에 기초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 분이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응답하신다는 호가 난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 분이 그렇게 말씀하셨으면 우리가 다 믿고 따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사람이어야 합니다. 넷째, 전도자이어야 합니다. 복음을 믿고 구원받은 사람은 모든 사람이 자기와 같이 예수님을 믿어 구원받기를 소원하고, 그 복음을 열정적으로 전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복음을 위해 기꺼이 고난받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다섯째, 담임목사님과 친밀해야 합니다. 모든 교회는 머리되신 예수님을 중심으로 하나입니다만 지역교회는 시간과 공간과 그 구성원들에 따라서 특성이 있습니다. 특히 담임목사님의 목회 비전에 따라서 교회가 특성을 갖게 됩니다. 교회의 사명은 세상의 어떤 기관이나 정부보다도 더 중요한 사명을 수행하는 거룩한 공동체입니다. 그래서 지도자들이 한 마음, 한 뜻이 되고, 동일한 열정으로, 동일한 방향으로 전력 질주해야 합니다. 다른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잘 하시던 분들이 여러 사정으로 교회를 옮긴 뒤에 새 교회에서 직분을 받게 되면 반드시 담임목사님께 훈련을 받아 그 교회의 비전과 사역철학을 배워야 합니다. 그래야 교회가 강해집니다. 

이런 사람은 직분을 받으나 받지 않으나 상관없이 충성스럽게 주님과 교회를 섬길 것입니다. 하나님은 이런 일군들에게 직분과 상관없이 칭찬과 상급을 주실 것입니다.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수고하는 분들이야말로 겸손하고 지혜로운 분들입니다. 원망과 시비 없이, 묵묵히 충성하는 일군들이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직분이 아니라 사람이 문제입니다. 하나님은 다 아십니다! 누가 참 일군인지.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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