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광복 65주년 기념일에. . .

황의정 목사 0 14,672 2018.05.03 09:19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민족, 세계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탁월한 말과 글(한글)을 가지 문화민족, 한 번도 타민족을 침공한 적이 없는 선한민족, 과거(過擧)를 통해서 등용되는 시인들이 정치하는 예술과 지성의 민족, 유교, 불교, 그리고 기독교까지 외래종교를 수용하여 최고의 경지에 이르도록 꽃피우는 종교성이 탁월한 민족, 학문을 중시하고 기술을 개발하여 단시일에 세계적인 경제대국을 이룬 부지런하고 창의적인 민족. . . 우리 민족을 생각하면 참으로 뿌듯합니다. 

일제 36년! 민족의 자존심을 짓밟고, 자긍심을 망가뜨린 독약이었습니다. 문화말살정책으로 한국어 사용금지, 일본식 이름으로 개명(創氏改名), 식민사관(植民史觀)으로 민족의 역사 왜곡, 화투와 망년회 등의 퇴폐문화 확산으로 민족정신을 타락시키고, 심지어 명산에 쇠말뚝을 박아 민족의 정기를 끊는 주술적인 방법까지 총동원하여 일그러진 민족의 자화상을 만들고, 일부 몰지각한 민족반역 인사들을 앞잡이로 압제하고, 감시하고, 밀고하고, 서로 불신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 민족을 생각하면 한없이 불쌍하고, 안타깝습니다.

36년간 혹독한 시련의 세월을 살았지만 거의 2배의 세월이 지나고도 때를 벗지 못한 것을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은 무조건 이겨야 합니다. 운동경기란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는 것인데 왠지 일본에게 지면 너무 불쾌합니다. 다른 나라와의 경기에서 실수한 선수는 단순 실수지만 일본과의 경기에서 실수한 선수는 매국노(?)가 되고 민족 반역자(?)로 매도되는 것이 아직도 남아있지요? 세계 기술경진대회나 수학경시대회 등에서 세계 최고인 독일선수를 이긴 것 보다 일본을 앞선 것이 더 감동입니다. 우리나라 기업이 일본의 어느 기업을 앞질렀다면 무조건 큰 뉴스가 됩니다. 일본을 이긴 사람은 쉽게 영웅(?)이 됩니다. 백성들이 그만큼 좋아한다는 뜻이지요. 지금은 여러 면에서 일본에 대등하거나 능가하는 발전을 이룩했는데도 여전히 일본과 비교하는 데 열심입니다. 우리 민족을 생각하면 왠지 쑥스럽고 좀 부끄러워집니다. 

일본과의 관계에서 우리는 항일(抗日) 단계가 있었습니다. 2차세계대전이 연합군의 승리로 끝나면서 우리는 독립국가가 되었습니다. 일본이란 말만 들어도 밥맛 없어하고, 일본에도 사람이 살지만 우리는 항상 일본에는 사람은 없고 놈만 있다고 생각했나봅니다. 일본사람이란 말은 없고 일본놈만 있었잖아요? 혐일(嫌日)의 단계였습니다. 언제까지나 과거를 탓하면서 미움으로 허송세월할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겨뤄서 이겨야 한다는 건강한 정신이 들어 대한민국을 건국한 뒤로는 지속적으로 극일(克日)의 정신으로 살아왔습니다. 일본을 극복하고 능가하려고 하였지요. 20세기 말에, 그리고 21세기에 들어서서 대한민국은 확실히 여러 가지 면에서 극일의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정치, 경제, 교육, 그리고 특히 문화에서 두드러진 발전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은 참 대단합니다. 우리 민족을 생각하면 자랑스럽습니다!

세계 구조가 그렇기 때문에 항상 경쟁하고 선의의 치열한 전쟁을 치르며 살아가야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항일, 혐일, 극일 정신으로 살 수 없고, 또 그렇게 살 필요가 없는 시간을 살고 있습니다. 일본과 한국을 위해서도, 또 세계 평화를 위해서도 우리는 협력해야 합니다. 일본도 한국도 따로따로가 아니라 함께 해야 하는 시대에 이르렀습니다. 협일(協日)의 시대가 왔습니다. 여기에 우리의 도전이 있습니다. 

일본을 용서하고, 이해하고, 사랑하지 않고는 협력할 수가 없습니다. 뜻을 합하여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고, 더 인간다운 삶을 살도록 세계인류에 기여하는 지도적 국가와 민족이 되려면 한국은 일본을 사랑해야 합니다. 저항하고 미워하고 기를 써서 이기려고 할 때는 삶의 의지를 불태울 수 있는 에너지는 얻을 수 있었으나 자부심과 자긍심, 그리고 민족 자존심을 고양시키지는 못했습니다. 큰 자가 용서합니다. 강한 자가 품습니다. 건강한 자가 협력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자만이 진정으로 용서하고, 품고, 협력할 수 있습니다. 내가 너를 도와 네가 나를 돕게 하고, 내가 너의 도움 받아 너를 돕는 관계, 결국 서로 돕고, 도움 받음으로 세상 모두를 도울 수 있는 관계가 진정한 동반자입니다. 

국민교육헌장의 첫 구절처럼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입니다. 우리는 세계인류의 구원과 평화를 위한 선교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습니다. 한 손에 망치 들고 건설하면서 한 손에 총칼 들고 나가 싸우며 오늘에 이르렀으나 실상은 아닙니다. 새벽 종소리에 일어나 성전에서 부르짖고, 늦은 밤 호롱불 밑에서 무거운 눈꺼풀을 밀어 올리며 성경을 읽고, 하나님을 경외한 백성으로 받은 복입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하신 주님 예수로 말미암아 오늘 여기에 이르렀습니다. 오직 예수님과 함께 우리는 계속 전진하여 진정한 홍익인간(弘益人間)을 이룰 것입니다. 우리 민족을 생각하면 감사하고, 희망이 부풀어 오릅니다.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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