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 디에고에 다녀왔습니다. 10년 전 아이들이 어릴 때에 갔었던 곳인데 거의 10년 만에 온 가족이 여행을 가는데 가본 곳에 다시 가 보자는 합의가 되었습니다. 시월드(SeaWorld)와 야생동물공원(Wild Animal Park)을 둘러보았습니다. 대부분은 그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추억을 더듬으면서 여기저기 둘러보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시월드는 재미있는 볼거리와 놀이가 많이 가미되었습니다. 놀이기구도 여기 저기 설치되었고, 서커스도 있었습니다. 야생동물공원에서는 코끼리와 사자와 호랑이와 치타 등을 손이 닿을 만큼 가까이서 보는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범고래(Killer Whale, Shamu) 쇼는 조련사의 죽음이후에 많이 축소가 되어 이전보다 재미나 박진감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도 있었겠지만 제일 낮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새로 본 애완동물 세상(Pet's rule)이라는 쇼는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고양이와 강아지들이 벌이는 재롱은 웃음바다를 만들어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습니다. 지하 수족관에서는 깊은 바다 밑에 사는 물고기들을 보았습니다. 하나님은 빈 공간을 좋아하지 않으시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물로 채우시고 공기로 채우셔서 진공이 없는 세상을 만드시고, 그 물 속에, 그 공기 가운데 물고기와 새들을 형형색색으로 만들어놓으셨습니다. 신기하고 놀라운 모습들이 많았습니다. 아이들은 10년마다 온 가족이 이곳에 오자고 합니다. 가족 전통을 만들자는 것이지요.
코끼리는 참으로 영리한 동물이랍니다. 조련사에게 코끼리가 모든 것을 기억한다는데 사실이냐고 우리 아이가 물었더니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어떤 사람이 코끼리를 오랫동안 키우며 조련하다가 나이가 들어서 동물원에 기증을 했습니다. 80세가 훨씬 넘어 죽기 전에 코끼리를 보러 왔습니다. 그가 이름을 부르자 히잉하며 돌아보더니 겅중겅중 뛰어와서 그에게 코를 비비고 그렇게 좋아하더랍니다. 20년이 훨씬 넘었는데도 옛 주인을 알아보고 반긴 것입니다. 조련사도 옆에서 눈물을 줄줄 흘렸답니다.
이번 여행 중에 제 머리 속에서는 훈련이라는 단어가 계속 맴돌았습니다. 훈련을 얼마나 했으면 말 못하는 물고기들과 짐승들과 새들이 저렇게 일사분란하게 움직일까? 어떻게 훈련을 할 수 있을까? 조련사가 되려면 얼마나 훈련을 받아야 할까? 말을 안 듣는 짐승들을 어떻게 다룰까? 이 달에 제자훈련 10기 양육반 세 반이 4개월의 훈련을 마치고, 2기 제자반이 7개월 동안의 훈련을 마칩니다. 그래서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했습니다. 말 못하는 짐승도 훈련으로 저 경지에 이르는데 하나님의 백성인 우리들은 어떻게 하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성숙하고 거룩하고 헌신된 일군이 될 수 있을까?
우선 먹이가 훈련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범고래도 돌고래도 쇼 중간중간에 물고기를 입에 넣어줍니다. 오후 시간에 한가로이 헤엄치며 놀던 돌고래들은 조련사들이 물고기 통을 들고 주변에 나타나자 모두 그 옆으로 달려갔습니다. 1미터 앞에서 호랑이에게 먹이를 주는 조련사를 만났습니다. 붉은 고깃점을 손으로 입에 넣어주는데 잘도 받아먹습니다. 어떻게 호랑이를 이리저리 움직이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먹이를 주니까 잘 따라온답니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물고기도 목구멍이 포도청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났습니다. 아무리 힘이 센 바다의 사자도 정글의 호랑이라도 먹이 앞에서는 꼬리를 내리고 졸졸 따라다녔습니다. 돈 앞에 비굴해지는 사람들 생각도 났습니다. 수염이 석자라도 먹어야 양반이고, 금강산도 식후경이니까요.
한 조련사는 고래는 우리를 신뢰하고, 우리는 고래를 존경한다고 했습니다. 조련사들은 말을 듣지 않을 때는 무시합니다. 그리고 잘 했을 때에는 칭찬을 하고, 부드럽게 만져주고, 또 먹이를 줍니다. 긍정적인 반응과 격려로 훈련을 하는 것입니다. 만일에 채찍질을 한 뒤에 함께 물속에 들어간다면 어떻게 되겠어요? 인정과 칭찬과 격려, 그리고 적절한 보상이 중요합니다.
훈련은 반복이 중요합니다. 수없이 되풀이하고 또 되풀이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일관된 방법으로 끊임없이 반복하여 짐승이나 물고기가 익숙하게 하는 것입니다.
신앙훈련도 동일합니다. 용서와 천국이란 보상, 하나님의 자녀에 대한 존경과 신뢰, 그리고 지속적인 반복 훈련으로 됩니다. 훈련소의 땀 한 방울은 전쟁터에서의 피 한 방울이라는 말이 기억납니다. 예배, 기도, 성경읽기, 전도, 헌금, 봉사 . . . 어느 것 하나 훈련 없이 되는 것 있나요? 훈련을 받고 계신가요?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