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어머니의 힘

황의정 목사 0 11,109 2018.05.03 09:15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시대, 약한 사람은 강한 사람에게 먹히는 시대입니다. 모두가 강하게 되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돈이 많으면 강하고, 학식이 많으면 강하고, 지위가 높으면 강하고, 크면 강하고, 힘이 세면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도 나라도 심지어 교회도 강함을 추구합니다. 사실 약한 자는 짐이 되고, 강한 자가 세상을 이끌어갑니다. 성경도 우리에게 강하고 담대하라고 하십니다. 그러니까 단순히 강한 자가 되려고 하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이유는 없습니다. 

문제는 강함과 경직됨을 혼동하는 것입니다. 부가 강함이라고 하니까 돈에 노예가 되어 남을 위해 손 내밀 여유가 없습니다. 학식이 강함이라고 하니까 지식에 매여서 정죄하고 비판하고 비하합니다. 높음이 강함이라고 하니까 오르기 위해 걸림돌이 되는 사람을 가차 없이 짓밟습니다. 급하게 강한 자가 되려고 서둘다보면 주변에 있는 소중한 사람과 아름다움을 몽땅 간과하게 됩니다. 강한 자가 되려다가 불법으로 불의한 자가 됩니다. 강퍅함이나 완고함, 매정함이나 집요함이 강함이라고 오해하게 됩니다. 

고무줄을 계속 잡아당기고 있으면 늘어나 탄력이 없어집니다. 긴장을 풀지 않고 오래 있으면 스트레스가 쌓여 정신적인 피곤과 마비 현상이 일어납니다. 우울증이 될 수도 있고, 무기력증에 빠지거나 정신이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우리에게 강제로 휴식하도록 만드셨습니다. 안식일이 바로 그것입니다. 노동과 휴식, 긴장과 이완, 낮과 밤, 모을 때와 흩을 때, 받을 때와 줄 때,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가 있는 것입니다. 강할 때와 약할 때, 부할 때와 가난할 때, 기쁠 때와 슬플 때, 무리와 어울릴 때와 고독할 때가 있어야 합니다. 어느 한 쪽만을 좋아하고 추구하면 오히려 약해지는 것이 원리입니다.

진정한 힘은 부드러움에 있습니다. 운동을 할 때 제일 먼저 배워야 하는 것이 힘을 빼는 것입니다. 수영, 골프, 야구, 탁구 등 모든 운동은 몸에서 힘을 빼고 부드럽게 해야 제대로 된 폼이 나오고, 힘이 있습니다. 딱딱하게 굴면 손님이 끊긴다. 딱딱한 이빨보다는 부드러운 혀가 오래 남는다. 무엇이든 부드러워서 나쁜 것은 없다. 흙도 부드러워야 한다. 겉흙이 딱딱하면 물과 공기가 흙 속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속흙이 딱딱하면 뿌리가 뻗는데 힘을 너무 소모해 나무가 잘 자라지 못한다 (이완주의 [흙을 알아야 농사가 산다]) 온유한 자가 땅을 차지한다(마5:5)고 하신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차가우면 딱딱해집니다. 

싫어하고 미워하면 더 딱딱해집니다. 

잘 분노하고 부정적이면 뿌리까지 굳어집니다. 

흙이 그렇듯이 사람도 부드러워야 좋습니다. 

따뜻해야 비로소 부드러워집니다. 

사랑해야 따뜻해집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 2010. 5. 3.) 

어머님은 참 강하신 분이셨습니다. 한 평생 삶에 굴복하신 적이 없으셨습니다. 소리를 지르면서 억울해 하신 적도 없으셨습니다. 절망하고 주저앉아서 포기하신 적도 없으셨습니다. 거창하게 슬로건을 내세우고 투사가 되신 적도 없으셨습니다. 쏜 살같이 달리다가 지쳐 주저앉아 하염없이 세월을 허송하신 것도 못 보았습니다. 올망졸망 7남매 6형제를 키우시며 편히 아프시지도 못하셨고, 아홉 식구 밥을 다 푸다보면 언제나 솥바닥을 훑어야 하셨습니다. 그래도 아이고, 배고프다! 이런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의정아, 네가 양보해라! 자주 하시던 말씀입니다. 제게만 그리하신 것이 아닐 것입니다. 화난 얼굴로 노려보신 적이 없으셨습니다. 분노 중에라도 자식에게 악담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자식이 많았어도 어느 하나 편애나 미워하신 적도 없으셨습니다. 물처럼 흘러가는 삶을 사셨습니다. 속울음을 많이 우셨다는 것은 철이 들고 장가 든 다음에 알았습니다. 어머니는 강한 분이셨습니다. 활짝 웃으시고, 가끔 성대묘사를 하시어 우리를 웃기시기도 하셨습니다. 모질지 못함이, 사랑과 희생이, 그리고 마음의 선함이 어머니의 힘이었습니다. 주님을 아신 뒤로는 무릎으로 더욱 강한 분이 되셨습니다. 어머니의 힘은 부드러움이었습니다. 어버이 주일에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것은 거칠었던 손과 달리 한없이 부드러우셨던 어머님의 강함 때문인 듯합니다. 어머니처럼 강자가 되기 위해서 힘을 빼야겠습니다. 눈에서, 손에서, 팔에서, 마음에서. . . 어머니! 어머니! 사랑합니다. 그리고 보고 싶습니다!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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