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나 절로 자랍니다. 저희 집에 외동딸로 태어난 강아지 꼬나는 보름이 지나도 눈을 뜨지 못합니다만 몸집은 나날이 달라보게 크고 있습니다. 금년에 교회 주방에서 킹슬리 길 쪽에 비둘기가 두 번이나 알을 품어 비둘기 새끼를 부화시켰습니다. 억수로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도 꼼짝하지 않고 알을 품더니 손가락 마디만한 비둘기가 깨어나왔습니다. 매일 아침 새끼 비둘기가 얼마나 컸는가를 확인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먹는 것 보다 몸집이 더 크는 것 같았습니다. 새나 짐승에 비하면 참 더디지만 사람도 저절로 자랍니다. 지난해에 우리 교회에서 태어난 4명의 아기를 보는 즐거움이 온 교우들에게 얼마나 큽니까? 각자가 독특한 얼굴 모양만큼이나 다른 성격으로 인해서 성도들에게 자기만의 사랑을 구축해가는 모습이 참 재미있습니다.
창립 초에 전체 교인이 10여명일 때에 예배를 1부와 2부로 드리기 시작한 것은 아침 10시에 출근해야 하는 집사님 한 분을 섬기기 위해서 였습니다. 부득이 주일에 일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1부 예배를 드리고 가시도록 배려를 한 것입니다. 교회가 점점 자라면서 2부 시간에 식당에서 음식을 만드실 봉사자들, 교회학교 교사들이 1부 예배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교회를 사랑하는 분들이 1부 예배부터 온 종일 교회에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저는 동일한 설교를 2번을 하는데 1, 2부 예배를 다 드리는 장로님과 성도들이 1부 예배 설교가 더 은혜롭다고 하시는 때도 많았습니다.
지금은 1부 예배에 5-60명이 참석하니까 참 많이 발전했지요? 출근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봉사자들이 더 많이 1부 예배에 참석합니다. 주차장 사역팀, 새가족 사역팀, 유초등부 교사들, 중고등부 교사들, 식당에서 수고하는 구역 식구들이 모두 1부에 오십니다. 자주 생각합니다. 우리 교회 성도들이 참 훌륭합니다. 특히 찬양팀과 교회학교에서 봉사하는 청년들이 대견합니다. 교회마다 청년들이 주일 아침이 모이기 어렵다고 청년예배를 오후에 드리도록 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청년들이 새벽같이 일어나 교회에서 하루 종일 지냅니다.
전부터 1부 예배를 드리고 출근하시는 분들이 시간에 쫓기는 것을 알고 내심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예배를 조금만 일찍 끝내면 어떨까? 찬양도 짧게 하고, 설교도 좀 짧게 하면 어떨까? 어떤 때에는 출근 시간이 다가올 때에 초조해 하시는 성도님들의 표정을 보면서 미안할 때고 많았습니다. 또 1부 예배 마치고 오순도순 마주앉아 먹는 죽이 일품인데 정작 출근하여 일하실 분들은 잡수지 못하고 가시는 경우가 더 많아서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결단하지 못하고 미적미적하고 있었던 이유는 바로 봉사자들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청년들이 1부 예배에 와야 하는데 30분을 앞당기면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교역자들은 7:10분까지 와서 중보기도부터 시작해야 하고, 봉사자들이 7:30분부터 와서 예배를 준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2부 예배와 제자훈련과 모든 모임들을 마치면 오후 3-4시가 됩니다. 안식일이 긴긴 수고의 날이 되지요. 주일에 안식하고 월요일부터 힘차게 일할 수 있도록 힘을 축적해야 하는데 오히려 육체적으로 피곤하게 되거든요.
그러나 어느 집사님께서 제게 조심스럽게 물어오셨습니다. 출근 시간에 쫓겨서 8시에 드리는 다른 교회 1부 예배에 가시는 경우도 계십니다. 또 우리 교회 1부 예배가 8시가 되면 우리 교회로 오셔서 함께 예배하실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혹시 우리 1부 예배를 8시로 30분 앞당기면 안 될까요? 그래서 사역자들 모임에서 물었더니 다들 그랬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장로님들도 흔쾌히 그래야 한다고 동의하십니다. 그래서 지난주일 1부 예배 때에 성도님들께 여쭈어보았던 것입니다. 제가 예배가 8시로 앞당겨지면 우리 교회에 안 오실 분이 계시냐고 했더니 한 분이 손을 드셨습니다. 속으로 깜짝 놀랐지만 곧 진심이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5월 9일부터 1부 예배를 8시에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성인 11명, 중고등부 2명이 시작한 교회가 요즘에는 주일 출석이 200명을 넘고 있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서로 몸을 부딪히며 지나다니지만 누구하나 불평하지 않고 즐겁게 살아가는 공동체가 되었습니다. 예배 때마다 성령의 기름부으심이 강해지고, 깊어지고 있습니다. 즐겁고 기쁘고 밝은 예배이면서도 천박하지 않고, 때때로 부어주시는 은혜에 눈물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몰아치는 폭풍과도 같고 부드럽기가 비단과도 같은 잔잔한 멜로디 속에 이어지는 찬양은 우리를 하나님의 보좌 앞으로 인도합니다. 기쁨이 충만한 얼굴에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의 절묘한 조화 속에 우리 영혼이 하나님 보좌 앞에서 춤을 춥니다. 정제되고 절제된 대표기도 말에 감동을 먹고, 아멘 할 때에는 우리 모두 하나님께 산제물이 됩니다. 힘에 넘치도록 드리는 헌금은 시간과 생명을 드리는 희생제사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만지십니다. 말씀으로, 성령의 임재로, 그리고 때를 따라 돕는 은혜와 치유의 손길로 어루만지십니다.
더 깊은 예배, 더 경건한 예배, 더 풍성한 예배, 더 거룩한 예배를 드리기 위해서 우리 모두 새롭게 헌신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준비된 그릇을 채우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기대합니다. 할렐루야!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