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목사가 소설을 읽는 이유를 아세요?

황의정 목사 0 12,483 2018.04.21 08:56

어려서부터 저는 이야기를 좋아했습니다. 어머님께서 들려주시는 이야기를 즐겨 들었습니다. 이야기 좋아하면 가난하게 산다는 말로 피하시가다고 끝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면서 재탕 삼탕을 하시던 어머니셨습니다. 텔레비전도 없고, 동화책도 흔치 않던 시절이었으며, 예수님을 믿고 성경을 읽게 되기까지는 까막눈이셨던 어머님은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알고 계셨을까 이제 와서 궁금해지네요. 지금은 장로님이 되신 5,6학년 담임선생님은 제게 아예 도서관 열쇠를 주셨습니다. 아침 일찍, 점심시간, 그리고 수업이 끝난 뒤에도 저는 수시로 드나들면서 책을 읽었습니다. [엄마 찾아 삼만리]를 읽으면서 눈물짓던 일, [올리버 튀위스트]를 읽으면서 관 속에서 자는 소년의 외로움에 함께 몸서리를 치고, 사람이 더 죽기를 바라던 장의사 주인의 말을 듣고 인간의 이기심에 분노했었습니다. 지금은 제목도 주인공의 이름도 모르는 수많은 이야기가 서로 얽히고설키고 하여 떠오를 때가 많습니다. 나중에는 책을 사는 일에 그렇게도 열심을 냈습니다. 다 읽지도 못하면서 책 욕심에 사로잡혀있는 자신을 보면서 몇 번이나 다짐을 했었는지 모릅니다. 서양의 고전을 읽으면서 소설이 주는 교훈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읽으면서 진정한 벌이란 감옥에 가고 사형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죄책감으로 시달리는 살아서 받는 형벌이라는 것도 생각하게 되었지요. 인간이 죄를 자발적으로 짓지만 그 사슬에서 벗어나는 것은 자발적으로 못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부활]을 읽고 이것은 그리스도인이 죄인 됨을 깨닫고 회개하여 새 사람이 되는 것을 그렸구나 생각했지요. 목사로 선교사로 사역하는 동안에는 성경을 주로 읽고, 신학 책을 보느라고 시나 소설이나 수필을 읽을 생각을 못했습니다. 또 어떤 분들이 영화도 못 보게 하고, 소설도 못 읽게 하는 소리를 듣고 한편으로 반발을 하면서도 막상 보려고 하면 주저되는 시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다시 소설을 읽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설교하고 말씀을 가르치고 하는 저의 언어에 스스로 식상하게 된 것입니다. 소위 크리스천들만 쓰는 사투리 같은 것이었습니다. 표현이 메마르고, 회화적으로 생생한 표현이 부족하고, 그리고 말에 생명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 것입니다. 그래서 소설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에 나갈 때마다 서점에 들러서 최신 베스트셀러를 한두 권씩 샀습니다. 미국에서는 훨씬 수월하지요. 장편 대하소설도 보았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효과가 있었습니다. 어휘가 풍성해지고, 세상과 제가 동떨어진 듯한 느낌이 사라집니다. 인기 있는 텔레비전 드라마를 안보면 대화를 못하고, 신문을 안보면 세상 돌아가는 것을 모르는 듯한 느낌이 있는데 이런 것이 현저하게 사라져갑니다. 역사 소설을 읽으면서 깨달은 것은 역사 시간에 배운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왜 역사 선생님들은 그렇게 지루하게 가르치셨을까하고 의아한 생각이 듭니다. 과거를 통해서 오늘을 보고, 내일을 보는 지혜를 얻게 되니 이런 복이 또 어디 있습니까? 최근에는 조선시대 송도 3절중에 하나라고 하는 [기생 황진이]를 그린 소설을 읽었습니다. 위인전기와는 다른 소설이지만 젊은 작가가 어쩌면 이렇게 잘 썼나 하고 감탄을 하였지요. 출신이 기구하여 기생이 되었지만 큰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얻은 가장 큰 유익은 엉뚱한 체험으로 다가왔습니다. 성경이 이전보다 더 생생하게 읽어진단 말입니다. 전에는 성경은 준엄한 하나님의 말씀이고, 옛날의 사건 기록으로 읽었습니다. 암기하려고 했고, 교훈을 얻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소설을 읽을 때처럼 그 속에 들어가서 등장인물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함께 움직이는 자신을 보게 된 것입니다. 교훈을 받으려고 하거나 암기하려고 안 해도 저절로 교훈이 깨달아집니다. 예수님과 함께 갈릴리 바닷가를 거닐고, 혈우병 앓던 여인이 예수님의 옷자락을 만지고 병을 고침 받은 현장에서 함께 할렐루야를 외칩니다. 오병이어의 기적의 현장에서 떡 조각을 받아 들고 감사기도를 드립니다. 너무 생생하여 성경을 덮어도 그 현장의 열기가 느껴집니다. 제 믿음에도, 설교 사역에도 얼마나 큰 유익이 되는지 모릅니다. 금년에는 책을 가까이 하는 해가 되면 좋겠습니다. 사는 것이 다 그렇고 그렇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날마다의 일에 치여서 여유 없이 하루, 한 달, 일년이 훌쩍 지나갑니다. 성경을 많이 읽어야지요. 우선 성경을 꼭 1독하도록 매3주5(매일 3장, 주일에 5장)하세요. 그러나 좋아하는 시도 읽으시고, 소설도 읽으세요. 정서적으로 풍요로운 삶은 스스로 가꾸어 가야합니다.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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