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달리 미국은 6월이 졸업시즌입니다. 저는 금년에 Fuller신학대학원, 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 그리고 미주성결대학교에서 강의하고 또 졸업 사은회에 참석하였습니다. 신학교 학생들의 나이를 봐도 한국과 차이가 많이 있습니다. 주로 한국에서는 어린 나이에 신학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국은 오히려 중도에 헌신하신 분들이 많은 것이 특징입니다. 특별히 풀러신학교는 첫 헌신자들보다는 목사님들과 선교사님들이 많이 공부하는 선교대학원에서 강의를 하기 때문에 일반 신학교와는 다르지요. 졸업식의 하이라이트는 사은회와 학위수여식입니다.
우선 졸업하시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입니다. 각박한 이민 생활 중에 하나님께 부르심을 받고 주로 주경야독(晝耕夜讀)하여 학위를 받는 분들이 많으니 교수로서 이 분들에 대한 생각이 애틋할 수밖에 없습니다. 졸업이 새로운 시작이라는 상투적인 말이 아니라도 졸업 후에는 넓은 사역 현장으로 내던져지는 것 같습니다. 갈 길이 정해지지 않고도 학교를 떠나야 하고, 신학생으로 섬기던 교회를 떠나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들 목회와 선교가 어렵다고 하여 은근히 피하고 싶어 하는 풍조 가운데서 부르심에 순종하여 아멘하고 시작한 학업과 사역이니까 하나님의 크신 손이 함께 하시기를 간절히 기원하게 됩니다.
사은회는 졸업생들이 교수들을 위하여 만찬을 대접하면서 감사하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어떤 학교에서는 사은회를 해치우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또 한 경우는 사은회를 위해서 졸업생들이 큰 희생을 치르고 있어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졸업생들에게 사은의 행사는 힘이 들어도 예의이고 당연한 행사일 것입니다. 그리고 보람도 느낄 것이지요. 교수들에게는 수고한 보람을 느끼고 또 마지막으로 졸업생들에게 격려도 하고 도전도 하는 기회가 됩니다.
이번에 풀러신학교 세계선교대학원에서 제게 논문지도를 받고 선교목회학박사학위(Doctor of Ministry in Global Ministries)를 받은 목사님 선교사님이 8분이나 됩니다. 주제도 다양합니다. 홈레스 선교, 네팔 교회개척과 부흥, 은사를 활용한 목회상담 기법, 미국에서의 다인종 교회 개척전략, 전통적인 교회를 선교적 교회로 전환하는 전략, 하와이 이민 교회 부흥 역사, 단기 선교 전략, 그리고 평신도 영성 훈련 등등.
풀러신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한 분이 제게 큰 감사의 선물을 했습니다. 이 분은 개인적으로는 저의 신학교 선배이신데 박사과정에서 후배에게 논문지도를 받게 되셨습니다. 중간 중간에도 사모님과 식사라도 하시라고 몇 번 인사를 한 터라 전혀 더더욱 이 분에게 어떤 기대를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고마왔습니다. 수년 동안 석사 박사 학위 논문을 많이 지도했지만 이렇게 큰 감사 표시는 흔하지 않습니다. 사실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카드 한 장 없이 떠납니다. 그런데 정작 제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 것은 그 다음이었습니다. 모든 학생들이 지도교수에게 감사의 표시로 작은 선물이라도 하겠지 하는 기대감이 생긴 것입니다. 순간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기대치 않는 감사에 기쁨이 있지 이렇게 기대한다면 추하기도 하거니와 기쁨도 없을 것입니다. 결과는 예년과 별 차이 없이 교수에게 선물을 한 사람은 소수였습니다. 그리고 제 자신을 돌아보았습니다. 내가 학위를 받을 때 지도교수님께 감사를 어떻게 표했나? 당시의 형편이 말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지금 생각하니 낯이 붉어질 만큼 형식적인 성의(?)표시였었습니다.
혼자 살 수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은혜를 입고 삽니다. 그러나 이런 저런 핑계로 감사표시를 소홀히 할 때가 참 많습니다. 처녀가 애를 낳아도 할 말이 있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각자의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이런 생각이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1. 감사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2. 꼭 감사하다고 말해야 아나? 다 알거야. 3. 감사를 받으려고 도와줬을라고? 4. 번거롭잖아! 바쁜 세상에 각자 할 일 하고 사는데 감사하고 말고 할 것이 무엇 있나? 5. 지금은 형편이 어려우니까 나중에 형편이 쭉 피면 그 때 하면 되지! 나중에 할 거야! 6. 나는 원래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니까 다 아실 꺼야! 7. 별로 도움도 안 되는데 귀찮게 해드릴 것 없어! 8. 부담 드리지 말아야지! 얼마나 부담되시겠어? 등등
주님의 이렇게 생각하십니다. 우선 범사에 감사하라!(살전5:18)고 명하셨습니다. 감사로 제사 드리는 자가 나를 영화롭게 하나니 그 행위를 옳게 하는 자에게 내가 하나님의 구원을 보이리라(시편 50:23)고 하셨습니다. 열 명의 나병 환자가 고침을 받았는데 이방인 한 사람만 돌아와서 예수님께 감사를 드렸습니다. 예수님께서 무척 기뻐하시면서 열 명이 다 나음을 받지 않았느냐? 이 이방인 외에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러 온 자가 없느냐?고 하시면서 당연히 하나님께 감사할 것을 기대하셨습니다. 감사하는 사람에게 일어나 가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느니라(눅17:17-19)고 하시어 더 치유보다 더 큰 선물인 구원을 주셨습니다. 감사하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