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벌거벗었으나 부끄럽지 않은 사이

황의정 목사 0 11,831 2018.05.03 08:27

체면 문화(Face Culture)라고 합니다. 내용이나 내 자신의 만족이나 능력보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 어떻게 보일까를 더 중시하는 문화, 외양과 외모를 꾸미기 위해서는 돈을 펑펑 써도 내면을 가꾸기 위해서는 인색한 문화, 외화내허(外華內虛)는 이 체면문화의 장자입니다. 잘 했느냐 못했느냐 보다, 옳은 일이냐 그른 일이냐 보다 남들이 보면 뭐라고 하는지가 더 중요한 문화, 이것이 우리 문화, 곧 수치심(부끄러움)의 문화입니다. 

아담과 그의 아내 두 사람이 벌거벗었으나 부끄러워하지 아니했습니다(창2:25). 지난주에 순결한 처녀와 총각을 부부로 맺어주고 왔습니다. 주례사의 한 대목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부부는 벌거벗어도 부끄럽지 않는 사이입니다. 이 말을 하면 사람들은 육체적인 벌거벗음을 먼저 생각하지요. 이는 부부만이 누릴 수 있는 친밀함입니다. 수줍기는 해도 부끄러울 것은 없습니다. 기저귀 뗀 뒤로 꽁꽁 싸매고 감추며 가꾸어온 몸이지만 결혼하면 부부가 부끄러워하지 않게 됩니다. 부끄러움은 자신의 추함과 더러움과 악함에 대하여 느끼는 감정입니다. 육체적으로 죄를 지은 적이 없다면 서로에게 부끄러울 것이 없습니다. 아담과 하와는 순결하였습니다. 죄를 알지도 못했고 듣지도 보지도 못했었으니까 당연하지요. 다음은 정신적인 벌거벗음이 있습니다. 지적으로, 감정적으로, 그리고 의지적으로 벌거벗게 됩니다. 인격이 완전히 드러납니다. 가끔 만나는 친구관계나 사제관계나 심지어 부모자녀나 친 형제자매관계에서도 인격적으로 다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부부는 다릅니다. 감정적인 상처가 무엇인지, 지적으로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의지가 강한지 약한지를 다 드러내놓고 삽니다. 부부는 인격적으로 벌거벗고도 부끄럽지 않아야 합니다. 하지만 수많은 부부가 서로 솔직하게 벌거벗지도 못하고, 벗어도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지냅니다. 자신을 개방하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은밀한 감정의 방을 들여다보지 않도록 적당히 선을 그어놓고 살아갑니다. 속마음을 다 털어놓으면 안 된다는 부탁을 단단히 받고 결혼하는 사람들도 있지요. 하지만 감정적으로 벌거벗고도 부끄럽지 않은 부부가 건강한 부부입니다. 여기서 행복을 느낄 수 있고, 더욱 친밀해질 수가 있습니다. 감정적 친밀함이 개발되려면 서로의 희로애락을 함께 해야 하잖아요? 

영적인 벌거벗음이 있습니다. 부부가 영적으로 동일한 수준에 있기가 쉽지도 않고 흔하지도 않습니다. 앞서거니 뒤서기니 하는 것이 부부의 영적 생활 패턴입니다. 이때에 서로의 영적 상태에 대하여 적나라하게 개방하고 서로 도와주는 관계가 되어야 합니다. 초신자인 남편이 헌신된 아내에게 영적인 도움을 구하는 것이 편안하고 자연스런 관계가 되어야 합니다. 앞선 사람이 친절하고 겸손하게 이끌어주기도 하고 도와주기도 해야 합니다. 돕기와 도움받기에 모두 편안해야 합니다. 결국 남편을 영적 가장으로 세우게 되면 가장 이상적이겠지요. 

또 하나의 벌거벗음이 있습니다. 문화적인 벌거벗음입니다. 부부는 언어가 다릅니다. 똑같이 사랑을 말해도 의미가 다릅니다. 언어는 문화의 꽃인데 풍토에 따라서 달리 피고 향을 냅니다. 부부는 서로의 언어를 배워야 합니다. 내가 아는 단어로 말한다고 하여 내 뜻대로 해석하면 큰 코 다치는 수가 있습니다. 관습이 다릅니다. 음식이 다릅니다. 대화법이 다르고 갈등 해소법이 다릅니다. 애경사를 챙기고 안 챙기고 하는 것이 확연히 다릅니다. 우리 집에서는 이렇게 했다고 고집하면 상대방의 문화를 부끄럽게 만드는 것입니다. 다를 뿐인 것을 틀린 것으로 치부하게 되면 상처가 될 수 있고, 갈등의 원인이 됩니다. 

하나님은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의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지로다!(창2:24)라고 하십니다. 한 몸이 되는 것이 바로 부끄러워하지 않게 되는 비밀입니다. 서로의 몸과 마음과 영혼이 하나입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하나로 묶었습니다. 친정과 시댁, 처가와 친가가 내 안에서 하나가 되었습니다. 성공과 실패, 행복과 불행, 자랑거리와 부끄러움까지도 하나가 되었습니다. 내가 네 안에, 네가 내 안에 있어 내가 너인지 네가 나인지 구분하지 않습니다. 하나로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한 몸입니다. 이 비밀이 큽니다. 하나 됨에 이상이 없나요? 벌거벗고 부끄럼 없이 사시나요? 살면서 부끄럼이 늘어 가면 적신호입니다. 부끄럼 없는 삶을 빌어드립니다. 간절히, 두 손을 모으고. . .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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