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아들을 대학으로 떠나보내며

황의정 목사 0 10,100 2018.05.03 07:40

세월이 참 빠릅니다. 둘째 휘연이는 태어난 지 6개월 된 핏덩이일 때 태평양 한 가운데 있는 조그만 섬으로 갔습니다. 기아 베스타를 타고 신자들을 실어 나를 때는 혼자 앉지도 못하는 아이를 운전석 옆에 앉혀 놓고 한 손으로 붙들고 다닐 때도 있었습니다. 세월과 함께 걸어 다니고 뛰어다니고 바다 물속 형형색색의 물고기에 취하여 둥둥 떠서 놀기도 했습니다. 그 아이를 지난 주간에 위스콘신-메디슨 대학 기숙사에 데려다 주고 왔습니다. 큰 아이는 집에서 가까운 UCLA로 진학하였기에 주말마다 볼 수가 있었습니다. 집에서 떠나간다는 생각에 눈시울을 적시거나 그리워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습니다. 추운 곳이기에 전기담요와 이불, 두꺼운 잠바와 속옷 등은 엄마가 준비한대로 가져갔지만 자질구레한 것들은 제가 일일이 구해주고 왔습니다. 돌아가신 아버님 생각이 났습니다. 

83년에 결혼했습니다. 그리고 학교 가까운 곳, 새 집 반 지하에 세를 들어 신혼살림을 차렸습니다. 채 한 달이 못되어 아버님께서 오셨습니다. 철물점에서 망치, 드라이버 등 가정에 필요한 연장들과 못과 빨래 줄을 사셨습니다. 벽 여기저기 요긴한 곳에 못을 박아주시고, 부엌에 빨랫줄을 걸어주셨습니다. 10여년이 지난 후 싸이판에 오셨을 때에도 아버님은 처마에 비가 들이치지 못하게 멋진 차양을 만들어 주시고, 자주 비가 내리는 탓에 아이들 기저귀와 빨래 말리기가 어려웠는데 길게 빨랫줄을 매주셨습니다. 평소에 별 말씀이 없으신 분이 자상하게 보살펴주셨던 것인데 아들을 위해서 이것저것을 사면서 자꾸 아버님이 생각났습니다. 내리사랑이라더니. . . 아버님도 그립고, 두고 떠나온 아들이 벌써 그립습니다. 두 눈이 촉촉이 젖어드는 것이 꼭 한 눈은 아버님을, 또 한 눈은 아들을 그리워하는 것 같네요. 

연말이면 학기를 마치고 집에 올 것이지만 한국 식당을 찾아서 돌솥 비빔밥을 사주고, 한국 마켓을 찾아가서 쌀 한 포대, 나무젓가락, 돌김 한 봉지, 캔에 담은 참치와 참기름과 간장 한 병씩 사주었습니다. 기숙사 밥이 싫어지면 가끔 참기름 간장에 밥을 비벼먹겠답니다. 양식을 먹으면 밥을 안 먹었다고 꼭 엄마가 해 주는 밥을 또 먹겠다고 하던 아인데, 먹기를 좋아하여 살빼기를 세 번씩이나 한 아인데 생각하니 목이 멥니다. 헤어지는 날 아침에는 맥도날드 식당에 갔습니다. 내가 살이 빠진다면 그것은 굶어서 그렇게 될 거예요! 무심결에 하는 말인데 예삿말로 들리지 않습니다. 휘연이는 집을 떠나서도 잘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워낙 자기 단도리(단속)를 잘 하고, 동생까지 꼭꼭 밥을 챙겨주는 아이니까요. 아버지 호주머니를 생각했는지 프린터는 안사도 된답니다. 한 학기 공부하여 평점 B학점(3.0) 이상을 받으면 장학회에서 프린터를 상으로 주고, 또 얼마 이상을 받으면 노트북도 준다고 했답니다. 불편하지만 그 때까지는 룸메이트의 것을 이용하겠답니다. 기특한 생각인데도 마냥 기쁘지만은 않은 것이 아비의 마음일까 싶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은 또 다른 생각으로 분주하고 심각했습니다. 과연 이 아이가 부모를 떠나 살면서 바르게 살아갈 수 있을 만큼 성숙한가? 우리 부부는 오늘을 잘 준비한 것인가? 미국에서 부모의 슬하를 떠난 아이들의 80% 이상이 교회를 떠나고 신앙을 버린다는데 말입니다. 호텔 방에서 잡지를 뒤적이다가 한국 식당을 찾아 전화했습니다. 교회를 다니느냐고 물었지요. 식당 주인은 대학생 선교에 헌신한 자비량 선교사로 저의 대학원 후배셨습니다. 평신도 선교사로 대학생들을 위해서 사역하시던 목사님과 함께 캠퍼스 사역을 하고 계셨습니다.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아들을 부탁했습니다. 안심이 되었습니다.

헤어지기 전에 몇 가지를 당부하였습니다. 휘연아, 나는 네가 대학생활을 성공적으로 잘 할 줄로 믿는다. 성공적인 생활을 위해서는 4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영적으로 하나님과 친밀하게 사는 것이다. 주일성수와 매일 기도와 성경 읽기를 해라. 둘째는 정신적 성공이다. 네 마음과 생각을 거룩하고 깨끗하게 지켜야 한다. 보고 듣는 것으로 네 마음이 더러워지기도 하고 깨끗해지기도 한다. 셋째는 건강이다. 규칙적인 생활을 해라. 자고 일어나기와 때에 맞춰 밥을 먹고 운동을 해라. 그리고 넷째는 학업이다. 이 순서대로 중요하다. 그리고 네 엄마와 나는 항상 너를 사랑하고 기도할 것이다. 네가 자랑스럽다! 사랑한다!! 꼭 안아주었습니다. 예수님, 이전보다 더 아들을 지켜주세요! 임마누엘 예수님을 믿습니다! 간절한 저의 기도입니다.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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