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좋고 싫고의 원인은 무엇일까?

황의정 목사 0 9,788 2018.05.03 07:40

어떤 사물에 대한 우리의 느낌과 태도는 어느 정도 통일이 되어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뱀은 징그럽습니다. 개고기 먹는 사람은 야만인입니다. 돼지는 먹보이며 욕심쟁이입니다. 개는 문란한 짐승이라 바람둥이를 개 같은 놈(사람)이하고 합니다. 우리들은 이런 통념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냥 답습합니다. 

실상은 어떨까요? 뱀은 영양가 높은 세계인의 건강식이고 수술 후 회복에 좋은 보약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끝에 일본군이 대만 해변에 뱀을 많이 뿌렸답니다. 사람들이 살지 못할 땅으로 저주하는 의식이었겠지요. 하지만 지금 대만에는 세계적으로 그 사탕(뱀탕)을 먹으려고 관광객이 끊임없이 몰리고 있답니다. 결핵을 앓을 때 삼촌이 저를 지리산 깊은 골짜기에 데려갔었습니다. 고래 등 같은 기와집이 위용을 뽐내며 갑자기 다가왔습니다. 고급 승용차들이 즐비하게 서있던 그 집들은 모두 사탕 집이었습니다. 개고기는 배탈이 나기 쉬운 여름철에도 염려 없이 먹을 수 있는 영양식이고, 개는 암컷이 발정을 하지 않으면 성생활을 안 합니다. 종족 번식을 위해서만 관계를 하니까 수도사같이 산다고 할까요? 돼지는 절대로 과식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자기를 그렇게 취급하는 것을 안다면 돼지가 기가 막힐 노릇이지요. 뱀은 인간의 이중성에 몸서리를 치겠지요? 개가 얼마나 억울하겠습니까? 명예회복을 위해 집단소송이라도 해야 할 판입니다. 

제가 어릴 때에는 종종 뱀을 가지고 놀았습니다. 워낙 장난감도 없었지만 짓궂은 형들이 같이 놀자고 했지요. 느낌이 괜찮았어요. 그런데 제가 뱀을 들고 있는 것을 본 누나가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지르자 갑자기 소름이 쪽 끼치면서 얼른 던져버렸습니다. 그 때 이후에 뱀을 만지고 싶지 않아요. 오는 수요일에 Wisconsin 대학으로 가는 휘연이는 싸이판에 살 때에 도마뱀을 쭉쭉 빨아먹었으니까요. 2살쯤이었을 것입니다. 뱀 자체가 징그러운가요? 개가 음탕한가요? 돼지가 탐욕스런가요? 아니지요! 우리가 그런 느낌과 태도를 가지고 대하는 것이지요. 그런 느낌과 태도는 어디에서 왔나요? 뱀과 돼지와 개에게서 왔나요? 아니지요! 다른 사람에게 배웠거나 전수되었고, 스스로의 마음에서 나온 것이지요. 이것이 구분이 되시나요?

제가 제대 후에 신학교에 막 복학을 했을 때입니다. 식당 테이블에 경상도에서 온 신입생 자매가 합석하였습니다. 그 학생은 갑자기 전라도 사람들은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비난을 했습니다. 다 듣고 난 뒤에 제가 물었지요. 자매님께서 지금까지 만난 전라도 사람이 몇 몇이나 되시나요? 놀랍게도 단 한 명이었습니다. 그 분은 고향 교회 성가대 지휘자였습니다. 그 분은 어떤 사람이었냐고 물었더니 그 분만은 참 훌륭한 사람이랍니다. 신앙이 좋고, 성품이 훌륭하고, 교회에서 충성스런 집사님이랍니다. 자매님이 만난 전라도 사람은 100% 좋은 분이군요. 그런데 만나보지도 못한 다른 전라도 사람을 왜 그렇게 나쁘게 생각하죠? 졸지에 나쁜 놈 취급을 한참이나 당했다니까요. 고향을 묻지 마세요! 

최일도 목사님은 새벽에 밥하러 나가던 사모님의 비명에 강도가 온 줄로 알고 베개를 들고 벌떡 일어나 나가다가 문지방을 받고 뒤로 훌러덩 넘어졌습니다. 싱크대 밑에 지렁이가 있었던 것입니다. 하도 기각 막혀서 지렁이가 징그러운 것이냐? 아니냐?로 하루 종일 부부싸움을 했답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 낚싯밥으로 지렁이를 잡아드리고 칭찬을 받던 남편은 지렁이를 너무도 좋아하지요. 도저히 서로 이해하지도 양보하지도 못해서 출근도 않고 싸웠답니다. 내 느낌, 내 생각, 나의 태도만이 옳다고 고집하는 것이 문제지요. 사물 자체가 문제가 아니고 저 사람은 나하고 달리 생각하는구나 하면 그만인 것을 말입니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모든 것은 소중하고, 각각의 목적이 있습니다. 인간만 빼면 모든 피조물이 하나님의 뜻대로 잘 살고 있습니다. 불필요한 것이 없고, 하나라도 없으면 조화가 깨지고 문제가 생깁니다. 그런데 인간들은 제 맘대로 판단하고 좋아하고 싫어하면서 마치 어떤 것은 싫은 것이고 어떤 것은 좋은 것인 양 말합니다. 무릇 지킬만한 것보다 더욱 네 마음을 잘 지켜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잠4:23)고 하십니다. 사물은 사물일 뿐입니다. 내 마음이 문제입니다. 주님께서 우리 모습 이대로 받아주신 것 같이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수용하면 그만입니다. 하나님의 기준과 다른 것을 경계하세요. 온 세상이 소중하게 여겨질 것입니다. 좋고 싫고가 내 마음에 달렸습니다.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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