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눈물을 돌려주세요!!

황의정 목사 0 11,362 2018.04.28 09:03

피도 눈물도 없는 자식! 무자비하고 무정하고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사람에 대하여 내뱉는 말입니다. 피는 생명이고 눈물은 감정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풍상의 세월에서 쌓인 한을 눈물로 소화하며 승화시켜왔습니다. 연속극에서도 영화에서도 그리고 소설에서도 우리는 눈물을 자연스럽게 만납니다. 슬픔과 아픔에 눈물이요 기쁨과 감사에도 눈물입니다. 약방에는 감초요 한 많은 우리 인생에는 눈물이라고나 할까요? 눈물 없이는 못사는 게 인생입니다. 큰 슬픔을 당한 사람에게 “그래, 실컷 울어라! 울고 나면 속이 시원해질거다!”불쌍히 여기면서 하시는 말씀이지요.

저는 어려서 눈물이 많았습니다. 책을 읽다가도 눈물이 날 것 같으면 이불을 뒤집어쓰기도 하고, 책상 밑으로 기어들어가기도 했습니다. 네모난 라디오 주변에 옹기종기 둘러앉아서 온 가족이 연속극을 듣다가도 제가 제일 먼저 눈물을 흘렸습니다. 함께 연속극을 듣다가 짓궂은 작은 형은 “의정이, 안 우냐?”하며 놀리기도 했으니까요. 그 뿐인가요. 저는 말을 하다가도 제대로 표현을 못하거나 누가 제 말을 가로막아도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똑똑하고 말 잘한다는 소리는 혼자 다 들으면서 왜 그렇게 눈물이 많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목회를 시작했는데 설교할 때마다 목이 메고, 눈물이 났습니다. 그 때의 설교 노트는 파란색 플러스 펜으로 쓴 글씨가 여기저기 눈물에 번져있습니다. 지금도 성도들은 저를 눈물의 설교자 정도로 기억하고 있을 정도니까요. 예수님의 사랑, 고난과 십자가와 보혈, 우리 죄를 용서하신 은혜. . . 설교도중에 감동이 밀려오면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행복했습니다. 차-암 행복했습니다.

“남자 새끼가 그렇게 눈물이 많아서 어디에 쓰겠냐?”어릴 때 몸서리치도록 듣기 싫었던 말입니다. 이를 악물고 안 울어보려고 용을 썼습니다. 소년시절의 그 처절한 노력이 허사이더니 2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저는 매몰찬 청년으로 변했습니다. 제 속에 뿌리 깊이 박혀있던 분노가 바람만 불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소리처럼 춤을 추는 것입니다. 자연히 눈물이 메마르게 되었지요. 어쩌다 큰 은혜를 받을 때 빼고는 좀처럼 눈물 구경하기 어려웠습니다. 기쁨도 슬픔도 사라지고 행복도 흐릿해졌습니다. 오직 열정과 비전으로 가장한 분노만이 살판난 그런 삶이었습니다. 주변이 삭막하고, 죄 없는 아내와 아이들은 고양이 앞의 쥐같이 주눅이 들었습니다. 설교에도 분노, 기도에도 분노, 대화에도 분노가 소금처럼 저려있었습니다. 총명하게 빛나던 눈은 이미 무섭게 변했습니다.

지난 주간에 안경을 새로 맞췄습니다. 한 3-4년 전부터 눈이 쉽게 피로하여 독서에 애를 먹었습니다. 한 시간도 책을 보지 못하고, 반시간 이상을 쉬어야 겨우 다시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안경 탓이겠거니 그렇게 막연히 생각하였지만 수백달러 비용에 바보스런 인내를 했지요. 하지만 독서가 충분하지 못하게 되니 열심히 CD를 들어도 마음에 허기가 져서 자꾸 지쳐갔습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결심했는데 새 안경을 쓰고도 변화가 없는 것입니다. 낙심이 되었습니다. 금식기도 중에 갑자기 안과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불같이 일었습니다. 너무나 허망한 의사선생님의 말씀, 눈물이 없어서 그래요! 안구 건조증이니까 매 시간마다 2-3회씩 가짜 눈물을 넣으라고 하십니다.

다 웃고 즐거울 때 혼자 울면서 태어나고, 모든 사람 울리고 떠나는 것이 인생입니다. 그리고 그 중간에 얼마나 눈물이 많으냐가 그의 행복이 아닌가 싶습니다. 예수님께서 나사로의 무덤 앞에서 우셨습니다 (요11:35 Jesus wept). 예루살렘 성을 내려다보시면서 우셨습니다.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고난과 고통과 슬픔의 현장을 누비고 다니시면서 부지런히 병을 고치시고 귀신을 쫓아내셨습니다. 죄책감에 우는 제자들을 위로하시고 승천하신 예수님은 눈물을 영원히 닦아주시려고 다시 오시겠지요?

어느 집사님이 꺼이꺼이 우십니다. 한 시간도 넘게 그렇게 울어요. 안타깝게 지켜보는 제 마음에 이제 됐다!는 안심이 듭니다. 세상을 이기려고 눈을 부릅뜨고, 주먹을 불끈 쥐고 전투자세를 할 때는 불안하더니 말입니다. 눈물이 있나요? 마음을 편히 하세요. 그리고 우세요. 괜찮아요! 예수님도 우셨잖아요? 눈물로 치유와 행복의 문이 열립니다. 우는 아빠, 우는 엄마, 우는 목사님과 장로님. . . 눈물의 열전이 행복의 열전입니다. 저의 새 기도제목입니다. 주님, 제 눈물을 돌려주세요!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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