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후일에 네 자손이 묻거든. . .

황의정 목사 0 11,397 2018.04.28 09:03

최근에 딸과 대화중에 기쁨이 있었습니다. 세계사(世界史)가 재밌답니다. 제일 싫어하던 과목이었는데 좋아하는 과목이 되었답니다. 자신도 대견스러워합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어떤 과목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은 선생님 탓이 크잖아요? 선생님이 싫어서 영어 안했다가 후회가 막급한 사람도 있고, 선생님이 좋아서 수학 공부에 열심이었던 사람도 있습니다. 딸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역사가 중요하니까 역사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말했었지만 효과가 없었는데 좋은 선생님을 만난 것입니다.

저는 역사 공부를 즐겁게 해 보지 못했습니다. 실용적인 사고방식 때문에 옛날이야기 배워서 뭐하느냐는 건방진 생각이 한몫했고, 또 영감을 주는 역사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었습니다. 급기야는 대학원 졸업종합시험 중 교회사(敎會史)를 두 번이나 떨어지는 바람에 졸업이 한 학기 늦어지면서 수석졸업의 영예도 놓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미국에 와서 역사연구방법론이란 소논문을 쓰고, 박사학위과정에서 역사적 연구를 하면서 변했습니다. 지금은 세계교회역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가장 확실한 교훈은 사람들이 역사에서 교훈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말에 충격을 받았지요.

하나님은 역사의 하나님입니다. 기독교는 역사적 종교입니다. 기독교 신앙은 역사적 신앙입니다. 시간과 공간 안에서 구체적으로 계시된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을 믿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역사 교육에 매우 열심이십니다. 구약 성경 여호수아 4장6절에 . . . 후일에 너희 자손이 물어 가로되 이 돌들이 무슨 뜻이냐 하거든 하나님께서 너희로 하여금 요단강을 맨 땅처럼 건너게 하셨으며, 그 때 강바닥에서 지파별로 하나씩 짊어지고 나온 것이 이 돌들이라고 가르치라 하셨습니다. 성경은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창1:1)로 시작합니다. 신약성경은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 예수 그리스도의 세계라(마1:1)로 시작합니다. 모두 역사적인 진술입니다.

숭례문(崇禮門, 남대문)이 불타면서 역사의식이 부족하다는 반성이 많습니다. 하지만 문화제 보호의 소홀만이 아닙니다. 민족 역사의 중요한 사건을 역사 교육의 좋은 기회로 삼지 못하고 그냥 넘어가지요. 8.15 광복절은 여름 방학 중에 학교 가야하는 귀찮은 날이었고, 3.1절은 추운 날씨에 운동장에서 벌벌 떨고 서있어야 하는 고역의 날이었습니다. 무슨 뜻인지도 모른 체 기미년 삼월 일일 정오 터지자 밀물 같은 대한독립만세 . . .3.1절 노래를 불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학생들만 시큰둥한 것이 아니었던 듯싶습니다. 한일합방 후 10년의 학정에 항거하여 일어난 1919년 3월 1일에 일어난 만세 운동은 일본의 무단 통치, 민족말살정책에 대항한 무혈 항쟁이었습니다. 유관순 열사는 이화학당 보통과에 다니던 18세 처녀였습니다. 1920년 10월에 고문에 못 이겨 옥중에서 순국했습니다. 기억하고, 가르치고 물려주어야 할 역사적 교훈의 보고입니다. 남녀노소가 함께 일어나 지킨 민족의 자존심과 얼이었습니다. 어제가 3.1절 89주년이었습니다. 이런 기회를 잘 선용해야겠습니다.

생일을 기념하고, 결혼기념일을 기억하고, 부모님의 기일을 기억하는 것이 모두 역사입니다. 교회의 창립기념행사가 그렇고, 고난주일, 성금요일, 부활주일, 추수감사절, 성탄절 . . . 모든 절기는 역사적인 날입니다. 그러고 보니 금년 3월은 민족적으로, 교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사적인 날이 많은 달입니다.

역사는 하나님의 발자취요 민족의 살아온 흔적입니다. 역사에서 하나님의 성품, 사랑, 또 우리를 향하신 원대한 계획을 보게 됩니다. 역사에서 교훈을 받지 못하면 역사적 실수를 반복하게 됩니다. 후일에 네 자손이 묻거든. . . 이스라엘의 교육에서 중요한 말입니다. 가족이 모인 안식일 저녁이면 항상 최연소자가 묻고, 최고 연장자가 대답함으로써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베푸신 은혜를 가르치도록 관습을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민족의 뿌리, 신앙의 뿌리를 내리고 서로 결속하는 축복의 의식입니다.

나는 예수님을 어떻게 만났는가? 예수님 만난 뒤 내 삶을 어떻게 변화했나? 나는 예수님을 어떻게 섬기고 있는가? 나의 간증은 무엇이며, 그 간증으로 후손들에게 전수할 신앙은 무엇인가? 후일에 네 자손이 묻거든. . . 대답할 말을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신 하나님은 동일한 신앙과 헌신에 대하여 동일한 은혜와 능력을 베푸십니다. 우리가 물려줄 좋은 것, 가장 중요한 유산은 역사적인 신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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