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 홈페이지(www.doulosla.org) 자유게시판은 메마른 가슴에 단비를 내려주는 신비한 방입니다. 몇몇 집사님들께서 글을 쓰시기도 하시고 퍼다가 올려주기도 하시는데 서로 향이 다른 감동입니다. 어제는 [새 구두]를 읽으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가난한 아버지께 새 구두를 사드리고 싶어서 등하교길 버스비를 아끼는 남매의 모습, 아빠 구두 사드린다고 두 놈이 걸어 다니면 신발이 더 많이 달아빠지겠다는 생각은 온데간데없고, 그 사랑에 그만 눈물을 찔끔하게 됩니다.
군에서 제대한 이후에 제게 나타난 한 가지 이상한 현상은 고급 신발에 대한 집착이었습니다. 구두에 까다로운 자신을 탁월한(?) 논리로 극복하면서 최고급 구두만을 고집했었지요. 유학시절에도 나이키 운동화만 신고, 아이들 신발 사줄 때마다 남모르는 갈등을 합니다. 좀 더 비싸고 좋은 것을 안사주면 내 맘이 편치 않았습니다. 이유를 몰랐습니다. 어느 날 치유 세미나 중에 중학교 입학식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헌 운동화, 그것도 어머님이 얻어다 주신 것을 신고, 발을 동동 구르며 수치심에 떠는 소년이 거기 서 있었습니다. 아, 그랬구나! 그래서 그랬구나! 저는 신발 이야기만 나오면 그냥 지나치지를 못합니다. 어제도 그래서 더 크게 감동을 받았을 것입니다.
손에 들고 뛰던 기차표 통고무신, 품에 품고 자던 스파이크 운동화, 길가의 쇼윈도우를 힐끔거리며 걷던 첫 구두. . . 우리는 신발의 추억이 많습니다. 그래서 하나님도 신발에 관심이 많으십니다. 이집트에서 나와 광야에서 40년간 방황할 때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신발이 헤어지지 않도록 특별한 조치를 하셨습니다. 신발을 챙겨주시는 하나님! 어떻세요? 친근감이 느껴지지 않으세요? 성경에서는 신발로 의사소통을 많이 하였습니다. 모세가 호렙산에서 가시나무 떨기에 타오르는 불구경을 갔다가 하나님의 음성을 듣습니다. 너의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어라!(출3:5). 여호수아가 가나안 정복에 나설 때에 하나님의 군대 장관이 나타나서 신을 벗으라!(수5:15)고 명령합니다. 거룩한 땅에 설 때에 신을 벗어 하나님을 공경합니다. 또 계약을 맺을 때에도 신발을 벗어서 증표를 삼고, 형이 자녀가 없이 죽으면 동생이 형수에게 장가들어 첫 아들을 형의 이름으로 대를 잇게 하는 풍습(형사취수)이 있는데 이 때 동생이 형수를 아내로 삼지 않겠다고 하면 신발을 벗기어 그 집안에 수치로 삼기도 했습니다(신25:9).
신약에서 가장 인상 깊은 신발 이야기 중에 하나는 돌아온 탕자(돌탕)에게 신겨준 신발입니다. 못난 아들이 상속 재산을 탕진하고 초라한 몰골로 돌아오자 아버지는 제일 좋은 옷을 내어다가 입히고, 손에 가락지를 끼우고, 발에 신을 신기라(눅15:22)고 하셨습니다. 제일 좋은 옷은 예식의 주인공으로, 가락지는 아들로서의 권위를, 그리고 신발은 아들의 신분의 회복을 상징합니다. 구두도 좋고 옷도 좋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신분을 말해주는 신발이 최고입니다. 회개의 눈물로 목욕을 하고 아들의 신분과 권위를 회복하고 잔치자리에 앉은 이 돌탕은 바로 저의 모습이고 여러분의 모습입니다.
사도 바울은 하나님의 전신갑주를 입으라고 하면서 평안의 복음으로 예비한 신발을 신으라(엡6:15)고 하십니다. 좋은 신발은 발을 편케 합니다. 오래 서 있어도, 먼 길을 걸어도 편하고, 운동할 때도 좋습니다. 평안의 복음의 신발은 우리에게 평안을 줍니다. 하나님과 이웃과 나 자신과 평안하게 해줍니다. 사랑과 용서의 복음으로 나를 편케 합니다. 신발은 또 발자국을 남깁니다. 원망의 신발은 원망의 발자국을, 분노의 신발은 분노의 발자국을 남깁니다. 우리 신발은 평안의 발자취, 복음의 발자취, 곧 용서와 구원의 발자취를 남깁니다. 싸구려 신발은 자주 새 것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하지만 평안의 복음의 신발은 영원히 헤어지지 않은 광야의 신발과 같습니다. 예수님 오실 때까지 다른 신발로 갈아 신을 필요도 없습니다. 아름답도다, 복음을 전하는 자의 발이여! 아름답도다, 평안의 복음의 신발을 신고 온 동네 골목을 누비고, 세상 구석구석을 누비는 선교사님들의 발이여! Made on the Cross! 십자가 위에서 특수 제작된 명품 구두를 신으셨나요? 신발 끈 꼭 죄어 매고, 오늘도 세상을 누비세요. 평안과 복음의 거룩한 발자국을 선명하게 남기면서 힘차게 달리세요! 부활하신 예수님 손 꼭 잡고 달리세요!!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