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어머니의 말씀

황의정 목사 0 12,251 2018.04.28 08:22

어머니는 참 묘합니다. 가끔 어머니는 땅과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떤 종류의 씨앗도 땅에 떨어지면 살아납니다. 뿌리를 내리고, 싹이 나고, 줄기가 자라고, 잎이 피고, 꽃이 피면 어느새 열매를 맺습니다. 씨앗일 때는 모양이 비슷합니다. 그러나 일단 땅에 떨어져 자라기 시작하면 그 모양이 천차만별입니다. 잘라고 못난 아이가 있을까요? 어머니에게 소중하지 않은 아이가 있을까요? 오늘의 우리는 어머니 안에서 자랐습니다. 엄마의 뱃속에서만이 아니고 어머니의 품과 손길에서만이 아닙니다. 어머니의 위대한 꿈과 한없는 사랑과 기적 같은 희생을 먹고 자랐습니다.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기대를 먹고 자랐습니다.

김진홍목사님께서 한국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이명박 장로님의 출판기념회(3월 13일)에 가셨던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출판을 기념한 세 권의 책 중에 [어머니]란 책이 있습니다. 이장로님이 학생 운동을 주도한 죄로 감옥에 있을 때에 면회 오신 어머니의 이야기입니다.

“. . . 흰색 무명 치마저고리를 입고 꼿꼿이 앉아 계신 어머니와 눈이 마주친 순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 .내가 감옥에 들어간 사이 충격으로 드러누우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면회실에 앉아 계신 어머니는 한 눈에 보기에도 병색이 완연하였다. 모든 게 내 탓인 것 같아 할 말을 잃은 채 앉아 있었다. 무거운 침묵을 깨고 어머니가 입을 여셨다.


‘공부는 하느냐? 기도는 하느냐? 성경을 읽느냐?’

‘나는 너를 믿는다. 소신대로 행동하거라!’

이 말이 전부였다. . . “

김목사님은 자신의 모친께서 하신 말씀과 꼭 같은 말씀을 하신 것에 감동이 되어 눈시울을 적셨다고 하셨습니다. 김목사님과 이장로님은 두 분 다 어머니 안에서, 어머니의 말씀 안에서 자라 나라와 민족과 세계를 경영하는 인물이 되셨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어머니 생각이 나지요? 저도 그렇습니다. 저는 어머님의 자랑이었습니다. 아마 다른 형제들도 다 저와 같이 생각하겠지만 저는 이 사실을 정말로 믿고 살았습니다. 어렸을 적에 예쁜 옷을 손수 지어 입히시고는 저를 이리저리 돌려가면서 위 아래로 살펴보십니다. 그리고 그 순박하신 웃음으로 대만족을 표시하십니다. 어디서 이런 아들이 나왔을꼬? 선교사 시절에 한국에 나가서 분주하게 여기저기 다닐 때의 일입니다. 기도 시간이 부족하여 틈나는 대로 엎드려서 기도를 했습니다. 한 참을 기도하고 일어났는데 어머님께서 저를 지켜보고 계셨던 모양입니다. 너는 참 하나님의 종이구나!하십니다. 어쩌다 집에 가서 고향교회 새벽기도회나 철야기도회에 가면 맨 앞쪽 왼쪽에 어머니의 기도방석이 있었습니다. 그 방석 위에 조그만 몸을 동그랗게 만들어서 엎드려계신 어머님이 보였습니다. 자주자주 어머니의 그 눈길, 그 모습이 말없는 말이 되어 다가옵니다. 어머니의 모든 것이 말씀이 되어 큰 소리로 마음에 울립니다. 하나님 곁으로 가신 뒤로 그 시선과 자태가 저를 더 자주 사로잡습니다. 문득 돌아보게도 됩니다.

어머니는 어려운 직분입니다. 땅이 되어 싹을 틔우고 열매 맺게 하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습니까? 어떤 때는 폭풍이 불어와 돋아난 싹이 꺾일듯하여 잠 못 이루는 밤이 있습니다. 청소년 방황기를 지날 때에는 일순간에 무너진 느낌에 좌절과 혼란을 겪을 때도 있습니다. 못 난 어미 탓이라고 한탄하고 후회할 때가 있습니다.

땅이 척박하면 씨앗이 잘 자라지 못합니다. 자갈밭이거나 가시밭이면 그 기운이 막힙니다. 어머니 스스로가 옥토가 되어야 합니다. 깊고 넓게 뿌리내리도록 터가 되어주어야 크게 자라 큰 그늘을 만들 수 있습니다. 어머니 여러분, 기도하십니까? 성경을 읽으십니까? 자녀들의 귀에 잔소리같이 들리는 몇 마디 말로는 안 됩니다. 어머니! 하면 떠오르는 어머니의 말씀은 삶 전체로 보여주었던 말씀입니다. 부모가 기도하는 자녀는 결코 그릇되지 않는다는 말을 저는 믿습니다. 세상 지식을 더해줄 수는 없어도 어머니는 살아있는 하나님의 말씀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자녀들이 장차 어떤 인물이 될 것인가는 어머니에게 달렸습니다. 떠나신 뒤에도 자녀들을 보호하고 이끌어주는 어머니의 말씀에 달렸습니다. 그래서 자식은 더욱 어머니를 사랑하고 못내 그리워합니다.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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