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좋아하는 색깔의 넥타이가 하나 있습니다. 80년대 중반에 친구가 선물한 것인데 하도 많이 사용해서 가장자라기 다 헤어졌습니다만 버리지 못하고 보관하고 있습니다. 이 색깔은 아내가 연애할 때에 자주 입던 투피스의 색이기도 합니다. 저는 사실 어떤 색을 좋아한다는 구체적 관념도 없던 사람인데 어느 날 보니 제가 이 색을 참 좋아하고 있더라고요.
그 친구는 제가 경기도 군포에서 교회를 개척하고 있을 때에 저희 교회에 파송되어 6개월 동안 전도 사역을 도왔습니다. 그 넥타이는 자기 아버지의 넥타이공장에서 만들어 백화점에 납품하고 남을 것이었습니다. 백화점에서 디자인과 함께 천을 넉넉하게 보내주기 때문에 잘 하면 10-30%까지 제품을 더 생산할 수 있답니다. 그래서 주문받은 수만 납품을 하고 나머지는 자신의 싸구려 상표를 붙여서 길거리에서 싸게 판답니다. 어떤 것은 약간의 하자가 있어서 제품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제품도 있으나 서민들이 사용하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또 한 번은 이랜드에 근무하는 청년이 작은 트럭으로 가득 옷을 실어다 준 적이 있습니다. 초겨울이었는데 잠바, 티셔츠 등 참 좋은 물건이었습니다. 얼마나 옷이 많은지 고아원에 연락해서 몇 상자를 보내고, 동네 이장님께 말해서 가난한 사람들을 초대하여 몇 벌씩 골라가도록 했습니다. 그 다음 날 시장에 나가보니 이랜드 잠바가 여기저기 눈에 띄었습니다. 이 옷들은 이랜드에서 생산하였으나 하자가 있어서 수리한 옷들이었습니다. 수리한 것을 다시 매장에 내다 파는 것이 아니고 구제품으로 나누어준 것입니다. 어떤 옷은 소매 속이 잘 못 박힌 경우도 있고, 단추 구멍이 안 뚫어진 것도 있고, 단추 구멍의 위치가 잘 못된 것도 있었습니다. 끝손질이 잘 못되어 정품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한 것입니다.
삶은 시간이라는 편리한 단위로 세분되어있습니다. 사람들의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하루가 있고, 일주일이 있고, 한 달이 있고 일년이 있습니다. 지혜자는 하루를 아침에 계획하고, 한 주는 월요일에 계획합니다. 한 달은 월초에, 일 년은 정초에 합니다. 계획은 참 중요합니다만 결산이 없으면 의미가 많이 퇴색합니다. 제품을 생산하여 철저하게 검사를 하듯 하루하루도 원래 계회대로 살았는지 점검해야 하고, 일주일, 한 달, 그리고 한 해를 그렇게 해야 합니다. 작은 단위가 모여 더 큰 단위가 되듯 한 해 한 해가 모여서 일생이 되기 때문입니다.
제품 생산에서 끝손질이 중요하듯 시간의 마무리에도 역시 끝손질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렵게 산 삶이라고 해도 끝마무리를 잘 하면 위대한 삶이 될 수 있습니다. 아차 실수가 불량품을 만들어내듯 약간의 소홀함이 삶을 불행하게 할 수 있습니다. 2006년이라는 우리의 작품에 끝손질을 잘 해야겠습니다.
제품이 원래의 디자인대로 만들어졌나를 보듯이 우리의 삶도 창조하신 하나님의 목적에 따라서 검사합니다. 하나님을 기뻐하고 살았나?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였나?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예배생활을 잘 했는가? 기도와 말씀 묵상을 통해서 늘 하나님과 교제가운데 살았나를 점검합니다. 그 다음에는 2006년도를 맞이하면서 세운 목표를 달성했나 점검합니다. 개인적인 성장 목표, 가족 관계의 회복과 행복 증진, 직장과 사업에서의 성공목표 등을 일일이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끝손질을 잘 해서 역사로 보관해야 합니다.
도공은 정성스레 빚은 도자기를 불가마에 구워냅니다. 그리고 찬찬히 살펴서 조금이라도 하자가 있으면 가차 없이 깨뜨려버립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도공과 좀 달라서 좋습니다. 우리에게는 회개가 있으며, 하나님께는 용서가 있습니다. 부족해도 넘쳐도 회개와 용서로 아름답게 마무리가 됩니다. 그리고 또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우리의 끝손질은 감사가 됩니다. 회개하고, 용서 받고, 그리고 감사로 예쁘게 포장하여 뒤로 넘깁니다. 믿음으로 전진하기 위해서입니다. 끝손질을 잘 하시도록 기도합니다.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