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가 될 때에 들었던 말이 있습니다. 목사는 항상 준비할 것이 몇 가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말씀을 전할 수 있는 설교 준비, 언제든지 주님을 위해서 죽을 순교 준비, 그리고 이사 준비를 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옛날에는 목회자들이 총회에서 파송을 할 때가 있었으니까 이사 준비라는 말이 현실적으로 중요했습니다. 매년 총회에서 목회지를 발표하도록 되었던 때가 있었으니까요.
이사를 많이 하는 것이 현대인의 삶의 특징입니다. 미국 사람들은 평균 5번 이상 직장을 옮긴다고 하고, 매2-3년마다 이사를 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이사 하는 일이 일상생활의 중요한 행사가 된 것이지요. 이런 틈새에 이삿짐 센타가 큰 사업이 되었습니다. 제가 어릴 때에 이영훈씨와 고춘자씨의 만담이 한참 인기 절정일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온몸으로 개그를 하지만 그 때는 가만히 서서 두 사람이 입으로만 사람들을 웃기던 시절입니다. 한 번은 전화번호를 대면 무슨 사업체 전화인지 알아맞히는 만담이 있었습니다. 8282는 빨리빨리니까 짜장면 배달집 전화이고, 2424는 이삿짐 센타의 전화였습니다.
이사할 때마다 무엇을 가져가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 고민합니다. 앞으로는 짐을 줄이면서 살기로 다짐도 합니다. 그런데 매번 이사할 때에는 어디서 그렇게 많이 짐이 나오는지 모릅니다. 이번에 교회가 이전을 하면서 우리 교회가 3년 동안 어쩌면 이렇게 살림이 많아졌는지 놀랐습니다. 일찍이 한 번 정리하였었는데도 큰 이삿짐 트럭으로 가득 실었는데도 남아서 작은 차들을 동원해야 했으니까요. 여러분들의 수고로 다 올려놓고 보니 참 대단했습니다. 어디로 다 들어갈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이목사님이 이 방으로, 저 방으로 들여놓으라고 지시하여 대충 방마다 배정이 되었는데 이때부터의 일이 더 많았습니다. 방방에 들어가 보면 정리할 것이 가득합니다. 하나하나 인내를 가지고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만 보름 가까이 된 지금도 정리가 안 된 방이 있습니다. 어디일까요? 바로 창고입니다.
제 사무실이 넓어지고 넓은 창이 있어서 참 좋습니다. 3년 동안은 환기가 되지 않고, 창문이 없어서 깜깜하고 비좁았었는데 얼마나 쾌적한지 새벽에도 늦은 밤에도 머물고 싶은 곳이 되었습니다.
이삿짐을 정리하면서 몇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적절하게 가구를 배치해야 했습니다. 필요한 선반을 들여놓기도 하고 사무실과 교회학교 예배실에는 책장을 새로 들여놓았습니다. 그 다음에 짐을 풀어서 정리하였습니다. 제 방의 책들은 이삿짐을 나르던 분들에게 얼른 풀어서 대충 책장에 넣어주시면 제가 나중에 정리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게 실수였습니다. 칸마다 주제를 정하고 차근차근 책을 꽂았어야 하는데 급한 김에 일손을 벌기 위해서 했던 일이 얼마나 더 힘들게 하는지 모릅니다. 또 어떤 짐은 어디에 두었는지 몰라서 한참을 찾아다니기도 했습니다. 마땅한 자리를 찾지 못한 짐을 무조건 창고로 넣었던 것도 찾는데 어려웠습니다.
이삿짐을 싸고 운반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생각한 영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우리 마음이 집과 같습니다. 여러 가지를 차곡차곡 쌓아놓고 살아갑니다.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쓰듯이 생각난 듯이 행할 때가 있잖아요? 마음에도 집처럼 방방이 나누어 있습니다. 인간관계에 따라서 나누어진 방, 업무에 따라서 나누었진 방, 과거방, 현재방, 미래방이 있습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들을 쌓아두는 마음의 창고도 있습니다. 먼저 방을 규모 있게 잘 나누지 않으면 복잡하게 됩니다. 생각을 분명하게 정리하고, 사람이나 사물에 대한 나의 입장을 최대한 정확하게 정리해야 혼란이 없습니다. 둘째는 자꾸 버리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용서하고, 회개하고 자복하면서 버려야 합니다. 듣고 보는 대로 다 마음에 품고, 경험한 것들을 모두 품고 살면 힘듭니다. 못 버린 것은 무의식의 창고에 깊이 쌓였다가 나도 모르는 때에 나타나서 힘들게 합니다. 셋째는 종종 정리를 해야 합니다. 집을 대청소하듯, 이사할 때에 대대적으로 정리하듯 우리 마음도 정리할 때가 있어야 합니다. 연말연시가 되어 한 해를 정리하고 새 해를 계획하는 때도 이런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버리면서, 정리하면서, 청소하면서 살아야겠습니다. 집도, 마음도. . .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